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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키에서 대차게 까이고 있는 선조 대부터 시행된 조세 개혁이다.

조선의 피지배층들은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고 군대에 복무하고 노가다에 동원되는 등 할 일이 많았다. 근데 그것도 모자라서 해당 지역에서 나는 토산물도 왕에게 바쳐야 했다.

문제는 토산물이라는 게 보통 먹는 거였는데, 이 시대에서 냉동탑차나 방부제가 있던 게 아니니까 도성까지 운반되어 가는 동안 썩거나 벌레 먹는 일이 다반사였고 덕분에 정해진 납부량을 채우려면 원래의 몇 곱절은 실어 보내야 했다.

이것만 해도 존나게 부담인데 시간이 갈수록 고을별로 담당하는 품목을 선정하는 기준이 관리 양반 제멋대로가 돼서 내륙 지방 산골짜기에 사는 사람들에게 깊은 바다에 사는 생선을 내놓으라고 하는 등 아주 개판이 되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특산물 대신 당시 화폐처럼 쓰이던 쌀을 걷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백성들은 호옹이!를 외쳤지만 이때는 언제다? 응 17세기.

대동법을 적용하면 토산물을 납부하는 대신 개인이 소유한 토지에 비례해서 세금(쌀)을 납부해야 했는데, 넓은 땅을 가진 지주들은 보통 양반들이었고 이분들은 자기 땅에 세금이 부과되는 것에 유감을 표했다. 정책 결정하는 고관대작들도 양반들인데 기꺼워할 리가 있나? 결국 시범적용 최초 적용 후 100년쯤 걸린 후 숙종 때에야 전국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사스가...

하지만 이걸 시행해도 개병신에서 반병신으로 바뀌었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토산물을 내야 했던 명목적 이유가 공납 하나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정량을 내는 공납, 임금님께서 갑자기 '아 그거 땡기네'하면 갑작스레 바쳐야 했던 별납, 거기에 특히 귀한 것이 갑자기 생기면 빼놓지 않고 따로 긁어가는 진상.

이 중에서 공납만 빼줬으니 나머지 명목으로 과일 보내라고 하신다, 생선 보내라고 하신다 하면 예전처럼 보내야 한다는 얘기며, 군사권 사법권 행정권 전부 갖고 있는 고을 수령이 작정하고 내놓으라고 을러대면 백성 입장에서는 저항할 방법이 없다. 뭐야 씨발 똑같잖아?

게다가 신기한 것들이 많이 나는 제주도, 중국 사신들한테 돈 다대주고 조공 비용도 담당하던 평안도, 이징옥의 난 + 조사의의 난 + 이시애의 난 등으로 지역 이미지 씹창 난 함경도 같은 지역은 감개무량하게도 대동법 적용 대상에서 깔끔하게 제외되었다.

이 현물 징수는 갑오개혁쯤에 와서 비로소 없어졌다. 하여튼 세금은 예나 지금이나 병신 같았다는 걸 일깨워주는 역사다.

ㄴ 정확히는 어떻게 세금을 걷느냐가 문제 아니냐;

ㄴ 적어도 초기 조선의 세금 제도는 고려말 전란으로 피폐해진 농민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적게 걷는 걸 지향했다. 세종의 연분9등급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득권층이 법의 틈새를 이리저리 헤집으며 해쳐먹다 보니 이 꼬라지가 난 거다. 어떤 법도 범법을 완벽히 방지하진 못한다는 것과, 따라서 어떤 제도나 법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적절히 손을 대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숱한 사례들 중 하나. 물론 개국 당시에 법을 만드는 것과, 기득권의 존재가 공고히 자리잡은 시기의 개혁은 난이도가 너무 차이가 크지만...

ㄴ 존나 크지. 시발 개국공신 중엔 권문세족 출신 조준 등을 비롯해 고려 때는 기득권층임에도 개혁에 앞장섰던 선비라는 명칭을 내리는 게 아까울(더 좋은 칭호를 내렸어야 할) 대인배들이었다면 후대는 뭐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