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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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식물계-은행나무문-은행나무강-은행나무목-은행나무과-은행나무속-은행나무에 속하는 식물. 생물의 분류체계(계-문-강-목-과-속-종)에서 윗 단위로 올라갈수록 서로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데 다른 식물들과는 계만 똑같고 문 단위부터 독자분류를 따른다는 점에서 은행나무가 매우 이질적인 식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육질의 가종피가 있어서 주목과 가깝다고 보고 침엽수들이 속한 구과식물문으로 분류했는데, 구과식물문에는 존재하지 않는 운동성이 있는 정자를 생성한다는 특징 때문에 독자적인 문으로 떨어져 나왔다.

똑같은 특징 때문에 별개의 분류로 독립한 식물이 또 있는데 바로 소철이다. 그래도 소철은 160종이 현존하고 있으나 멸종위기인 종이 많아 그게 그거다.

참고로 예전엔 침엽수로 분류되었는데 지금은 침엽수와 활엽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사실 은행 나무 잎은 소나무 잎같은게 뭉쳐가지고 붙은 형태이다.

엄청난 생명력

고생대 페름기 때 처음으로 지구상에 나타난 은행나무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세에 3~4개 계통으로 분화하는데, 쥐라기때 전성기를 누리고 백악기 중기에 들자 쇠퇴하기 시작해 현존하는 은행나무로 이어지는 1개 계통만 남고 나머지는 백악기를 못 넘기고 멸종한다. 멸종 속도는 신생대에 들어 더 가속화되어서 남반구에서는 태즈매니아 섬과 아르헨티나를 마지막으로 초기에 멸종했고, 북반구에서는 고위도 지역에서 버티고 있었으나 남극의 분리로 인해 발생한 기후변화에 때문에 북아메리카에는 1500만년 전에 멸종하고 유럽과 일본 순으로 사라졌다. 빙하시대의 마지막인 제4빙기 이후에는 중국 중남부와 동남부에 남았던 형제 종들마저 싸그리 멸종하고 '은행나무' 단 1종만이 남았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심은 은행나무는 이중 동남부에서 자생한 종을 번식시킨 것이다.

은행나무는 생존왕이다. 현재 연령이 확인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는 당태종 이세민이 중국 시안(장안)에 심은 은행나무로 1400년 정도 되었다. 은행나무에 명인법으로 이세민 이름이 박힌걸로 봐서 황제가 되기 전에 심어둔게 확실하다. 황제가 되면 피휘때문에 이름을 박을 수가 없거든.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신 분은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에 있는데 대략 1000년 정도 되셨다. 영국의 큐 왕립식물원에 따르면 기록으로 남은 가장 오래된 개체는 3500년전의 것이라고 한다.

은행나무가 얼마나 생존킹이냐면, 가지를 꺾어서 몇년 동안 지팡이로 쓰다가 그 지팡이를 땅에 묻어두면 거기서 새순이 자라고 나무가 부활한다. 죽었던게 살아나는 생명력임. 연령 오래된 은행나무들 보면 죄다 스님들이 지팡이를 박아뒀다가 거기서 살아나서 현재 나무가 됐다는 설이 붙는데 거의 팩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1945년 히로시마에 미국이 리틀 보이를 떨어뜨렸는데, 그 폭심지에서 1km 떨어진 지역에 있던 수령 180년 된 은행나무는 2019년 현재까지 생존해 계신다. 그러니까 250년 넘었지. 리틀보이 폭심지 1km 지역은 그야말로 초토화, 아니 증발 해버렸는데 그 증발한 지역에서 유일하게 은행나무 혼자 생존하신 거임. 핵폭탄도 이겨버린 은행나무성님 ㄷㄷ... 하긴 뭐 페름기 대멸종도 이기신 분한테 고작 리틀보이로 상대가 되냐?

ㄴ 핵폭발은 몰라도, 에도 대화재 당시에도 은행나무만 대화재 속에서 무사해서(이는 껍질이 두꺼운 코르크질이기 때문) 그 뒤로 방화용으로 심을 것을 장려한 적이 있음.

은행나무의 수명은 다른 나무와 차원이 다르다. 보통 나무들이 산에 심어져 있어도 300년 정도 되면 죽는게 일반적이거든? 그런데 은행나무는 죽었다가 부활도 가능하신 분이니... 은행나무는 기본 수명이 500년이고 최대 3000년 이상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멸종위기

은행나무는 2024년 현재 멸종위기종이다. 그나마 중국의 저장성 일대에 자생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멸종 단계를 받는 건 면했지만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손길이 닿았던 지역인데다가 수도승이 은행을 심어 가꾸었다는 기록도 있고, 자생한다는 거 치고는 유전자풀이 지나치게 좁아 정말로 자생종인지는 확신을 못하고 있다.

지금은 멸종해버린 공룡이나 다른 동물과 공생관계를 맺어 번식했던 것으로 추정하는데 백악기 말의 대멸종으로 인해 매개동물들이 전부 멸종하면서 쇠퇴하여 신생대 플라이오세까지 오면 Gingko biloba 딱 1종만 동아시아의 일부 지역에 남았다. 그러다가 인간에 의해 근 100년 동안 전세계로 다시 퍼졌는데 만약 인간이 멸종한다면 같이 사라질 생물 중 하나다. 사람 말고는 매개동물이 전혀 없기 때문. 한마디로 은행을 먹어주는 동물이 인간뿐이다.

은행나무 열매는 냄새도 오지게 역겹고 많이 먹으면 독성 때문에 안 좋다. 여타 다른 냄새가 더러운 식물들이 그렇듯이 자기 방어 기제인데 오히려 그 방어 기제 때문에 번식이 불가능해진 상황

자연 발생한 야생 은행나무 집단은 단 2개 뿐이고 전부 중국이다. 한국의 은행나무는 대부분 꾸미기를 위해서나 수백년 전에 인공으로 심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