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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무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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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ckrübenwinter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제국이 1916~1918년까지 겪은 식량난. 1916년이 되자 밀을 대신해 쓰이던 감자가 흉작+소비량 폭증 콤보로 씨가 말라버리자 감자를 대체하기 위해 정부가 보급한 게 순무, 정확히는 루타바가(유채의 일종)이었다. 이 놈은 평상시엔 정말 먹을 게 없던 빈민들이나 먹고 보통은 돼지 사료로나 주던 작물이었는데 감자의 씨가 마르니 추운 기후에 잘 적응하고 성장 속도도 빨라서 선택된 것.

하지만 맛과 식감은 정말로 구렸으며 열량도 같은 무게의 감자가 내는 칼로리보다 절반 좀 넘는 수준이라 먹을 게 없어서 억지로 먹는 수준이었다. 이걸 쪄서 빵을 만들고 튀겨서 짝퉁 커틀릿을 만드는가 하면 나중에는 버터마저도 이 놈을 쪄서 뭉친 후 물을 짜낸 대용품을 만들어 루타바가 빵에 발라먹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이거라도 제 때 먹을 수 있는 건 일선 군인들이었고 민간인들은 루타바가 잎으로 끓인 수프에 톱밥을 잔뜩 섞은 빵을 먹어야 했다.

이 지옥같았던 순무의 겨울은 1918년이 되자 도저히 전쟁을 계속할 보급이 완전히 박살났다는 군부의 판단하에 항복하여 겨우 종결됐지만 독일인들은 나중에는 히틀러 때문에 지긋지긋한 순무의 겨울을 또 맞아야 했다. 더군다나 이 때는 승전국인 연합군도 미국 빼고는 전부 식량난에 시달려서 패전국 국민의 우선순위는 저 멀리 뒤에나 있었다.

이 때문에 현대 독일에서는 루타바가는 그다지 선호받는 식재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