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포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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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포로리 (? ~ 대빵 7년)
- 약력
포로포로리는 대빵 여시국의 충신이다.
항간에선 그녀를 갓포로리, 포로리갓, 포로리녀, 일침갑이라 불렀다.
생년과 출생지는 불명이며, 성장 과정 역시 세상에 알려진 바 없다.
대빵 6년 인증시험에 급제해 갈품제의 정회원으로 임명되었다.
대빵 7년, '주작의 변'과 '탑시의 변'이 연달아 일어나 여시국의 강토가 위협을 받자, 달글부에 소속으로 변란에 참전하였다.
대빵 7년 5월 20일, '제 2차 노상처의 난' 당시 육사녀의 모순된 언행을 지적하고, 그녀를 탄핵했다. 그러나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대빵 7년 5월 28일, 오유국 바보공이 격문을 돌린 일을 두고 문무백관에게 간언하였다. 그러자 게지타포 군관 일공공사녀가 그녀를 시녀로 몰았고, 끝내 부털형에 처해졌다. 이어 박제형까지 당했다.
- 처음으로 전장에 나서다
대빵 7년 5월, 김게지가 이끄는 테란포로리 병단이 오유 사대부를 정벌하러 나섰다가 오히려 크게 패하는 '주작의 변'이 있었다. 이에 게지공용이 친히 조서를 내려 여시국의 총력전을 선언하였는데 오히려 식민시였던 스르륵 탑시가 적도에 의해 침탈당한 '탑시의 변'이 일어났다.
여시국은 변란을 대처하고자 달글부를 설치하고, 60만 대군에서 정병만을 별도로 선발해 적도 무갤럼과 오유 사대부, 스르륵 아재를 상대하게 하였다.
포로포로리는 달글부로 소집된 장졸 중 하나였다. 그녀는 곧바로 최전선으로 보내져 사악하고 잔혹한 적도들과 맞서 싸워야 했다.
아쉽게도 그녀의 첫 참전기가 어떠하였는지는 오늘날 전해지지 않는다. 이는 달글부의 초대 수장들 중 하나였던 지효여시가 돌연 여시국을 탈주하고, 달글부의 기록 일부를 파기해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실되지 않고 남아있는 기록에서 포로포로리가 처음으로 달글부에 등판한 날은 5월 19일이다.
당시 달글부의 문무백관은 변경백 살레몽이 누구이며, 그가 어떤 계책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갈품계의 지위나, 지능의 수준에 상관없이 모두가 잘못된 정보, 잘못된 인식 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이에 살레몽은 달글부를 혼란시키고자 내부 폭로 계책을 부렸고, 달글부는 우왕좌왕하였다.
이때 포로포로리 혼자 의연하게 말하길, "적장의 선전을 읽어보니, 그는 우리 내부의 문제를 폭로하여 군신지간을 위협하고자 한다. 그러니 경들은 다른 문제를 괜히 이와 결부시켜 혼동하지 말라."고 하였다.
이어 그녀가 다시 말하길, "내 그동안 차근히 상황을 기다려보았는데 살레몽은 몹시 걸출한 자로다. 매사에 신중하되 행동력이 강한 것 같다. 그런데 일전에 스르륵이 페번하게 된 일로 우리에게 앙심을 품고 고발의 칼날을 품고 있으니, 이를 각별히 조심해야 된다."고 하였다.
하나 이러한 통찰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아니하니, 상황은 날로 악화되기만 하였다.
- 적도 무갤럼의 군영에서 공공연하게 돌아다니던 포로포로리의 초상. 대빵 7년.
- 제 2차 노상처의 난
대빵 7년 5월 19일, 적도 무갤럼과 오유 사대부 그리고 스르륵 아재까지 합세하여 다시금 여시국을 침입해왔다. 이에 지난날 적도를 상대로 무공을 쌓은 4갈품의 육사녀가 달글부를 이끌고 전장에 나아갔다.
하나 일합 만에 전세는 적도들에게 기울어지매, 군사가 흩어지고 물러서기만 하다 어느 사이에 노상처성(城)으로 밀려났다. 적도들은 기세를 몰아 성을 포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육사녀는 겁에 질려 그 길로 숙소에 숨어 두문불출하기에 이르렀다.
성을 에워싼 적도들은 육사녀와 여시들을 희롱하였으니, "구미경찰서에서 이르길, 주작이라 하더이다!"는 소리가 성 안까지 들려왔다.
한 여시가 적도가 내뱉는 조롱에 격분하매, "내 구미경찰서로 달음박질하여 적장의 목을 취하고 오겠소!"라며 성문을 열어달라 간청하였다. 곧 문이 열리자 그 여시는 쏜살같이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 기개는 대단하였으나, 얼마 못가 녹취록이란 곳에 이르러 여시의 목이 허망하게 달아나버리고 말았다.
적도 무갤럼들은 이 광경을 보며, "천하에 여시들은 모두 앱등이 뿐이로구나!"라 하며 비웃기만 하였을 뿐이다.
이 참극을 지켜보던 달글부 여시들은 그저 전전긍긍, 부둥부둥만 하다가 마침내 의견을 합해 육사녀의 숙소로 달려갔다. 그녀들은 육사녀가 들으라고 크게 소리를 질러댔으니, 그 내용은 이와 같았다.
"장군께 책임이 있으니, 소상히 대책을 밝히시오!"라고 한 여시가 외치자,
더 많은 여시들이 "우리는 '주작', 이 한 마디만 듣는다면 분기탱천하여 벌판을 가증스런 적도들의 피와 살점으로 모조리 적셔버릴 수 있소!"라고 하였다.
결국 한 시진이 지나기 전에, 강압을 견디지 못한 육사녀가 숙소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녀는 두서없이 횡설수설만 하다가 말하기를, "나에게 꾀를 준 사람은 지인 여시외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오!"이라 토로하였다. 그러자 여시들은 육사녀를 포옹하여 애정 어린 눈물을 흘리니, 뭇 여시들이 자랑스러워 하였다.
- 육사녀를 탄핵해 여시국을 구하려 하다
상황은 나날이 다급해져, 노상처성(城)를 둘러싼 적도들의 수는 꾸준히 늘어나 수일 내로 성을 깨뜨릴 거란 소문이 성중에 파다하게 돌았다.
달글부의 여시들은 마침내 결의하여, "저들이 우리를 주작하여 진중에서 굶어 죽으라고 하는 것이니, 하루 바삐 성문을 열고 나가 공격을 해야 될 것이다."라 입을 모았다.
육사녀도 "내 비록 지인 여시의 뜻을 전부는 모르겠어도, 그 꾀는 믿어볼만 하다."며 여시들을 독려하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여시가 용감히 입을 열기에 이른다.
"나만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고 있나요?"
- 포로포로리의 유명한 출사표. 쌍방의 주장을 수용하고, 정리하여, 사건을 해석하는 그녀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좌중이 그 소리에 놀라 침묵하매, 포로포로리는 육사녀가 있는 자리로 나가 그녀와 대면하였다.
그녀는 먼저 육사녀에게 말하길, "지인 여시란 자의 뜻을 모른다고 하면서, 어찌 그 꾀를 신뢰할 수 있단 말이오?"라 하였다. 육사녀는 화급히 놀라 어안이 벙벙하니 자리를 피하고 싶어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음이라.
그녀는 다시 육사녀를 향해 이르길, "육사녀의 말과 적도의 주장을 서로 들어보니, 일치함과 불일치함이 양립하고 있어 무엇을 참으로 들이고 무엇을 거짓이라 내칠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라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좌중을 향해 일갈하기를, "어찌 좌장들은 지인 여시의 꾀만을 믿고 상대의 주작이라 단정하여 군을 망령되게 움직이려고 하는 것인가? 시시비비를 나누고 따지는 것은 상식인의 기본 소양이거늘, 그러지 아니하고 오늘날의 전세를 오판하고 있으니 이는 자칫 전군의 몰살을 불러일으킬 흉계임을 정녕 모르는가?"라 하였다.
그러자 좌중에 일대 소란이 일어나, 많은 여시들이 그녀를 지탄하고 나서니 그 기세는 자칫 포로포로리를 부털시킬만 하였다. 개중에는 언행을 거칠게 하여 포로리를 욕보이는 여시도 있었다.
하나 그녀는 낭낭하게 말과 생각을 굽힐줄 아니하였으니, 이는 여시의 기개 중 으뜸이었다. 포로리는 여러차례 달변으로 하여금 여시들을 설득하고자 하였다.
그렇지만 포로포로리의 냉철한 이성에도 한계는 있었으니, 쏟아지는 지탄과 욕에 지치고 말았다.
끝내 그녀는 "내 그대들의 생각과 다름이 있었던 듯 싶다."며 안타깝게도 설득하기를 그만두었다. 그녀의 간언은 분명 쓰임이 있었음에도 끝끝내 통하지 아니하였다.
도리어 여시들은, 포로포로리가 황망스럽게 굴어 육사녀를 고통스럽게 하였다는 이유로 비난을 하였으니 이는 실로 사리분별이 없는 작태였다. 훗날 적도의 항장이 된 말티즈녀는 포로리를 부털시키고자 하였으나, 포로리에겐 요행히도 말티즈녀가 달글부에서 축출됨에 겨우 화를 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튿날이 되었다. 적도들의 수는 전날보다 더욱 늘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외치었다.
"오유 바보공이 이르기를, 주작에 또 주작이라더라!"
여시들은 비로소 육사녀가 자신들을 속여 균율을 어지럽히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장졸이 이에 놀라 혼란에 빠지자, 삽시간에 적병이 성을 깨고 들어왔다.
싸움이 끝나고, 성에 있던 여시들은 대부분 함몰당하게 되었다. 포로리와 소수의 여시들만이 겨우 제 몸만 건져 돌아왔다.
참극의 전말을 들은 여시국 사람들은 어찌하여 누구 하나 포로포로리의 말을 귀담아 듣지도, 또 도와주지도 않았는가 후회하였으나 그런다고 하여 성과 장졸들을 되찾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한편 육사녀는 취조 끝에 지인 여시의 꾀가 주작이었음을 토로하였으니, 많은 여시들이 그녀를 조리돌림하였다. 그렇지만 정작 지인 여시와 육사녀 중에 누구의 말이 옳았는지는 밝혀내지 못하였고 두 여시는 종적을 감추어버리매 진상은 미궁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세간에선 여시국의 일을 후대에 대대로 남기어 놀리게끔 하니, 이는 '제 2차 노상처의 난'이라 부르기도 하였고 이역만리의 커뮤니티에선 레이프그라드 대첩이라 하며 입방아에 올랐다고 전해진다.
- 사관은 논한다.
혹여 포로포로리는 일찍이 육사녀와 지인 여시의 사이를 의심하고 있었을지 모르매, 이는 그녀가 지속적으로 "피해자가 누구인고?"라고 찾아 물으는 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음이라.
만일 적도들이 말하는 사실이 주작이 아니라면, 육사녀와 지인 여시가 동시에 피해자인데 정작 육사녀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발뺌하는 형국이 생겨나게 되니 이는 실로 무서운 논리적 함정이요, 논거와 귀결을 따져 물을 줄 아는 상식인의 자세였다.
후일 전투상보를 정리하던 적도 무갤럼 아무개가 "어찌하여 동서고금에 통틀어 다시 없을 귀인이 어찌하여 여시국에 태어났단 말인고?"라며 탄식할 정도였으니, 어째서 이런 귀인의 말을 여시국 사람들이 귀담지 않았는지 실로 의문스럽다.
- 공을 세웠으나 인정받지 못하고 낙향하다
대빵 7년 5월 21일에 '제 2차 노상처의 난'이 여시국의 대참패로 종결되니, 잃은 병졸과 군비가 천지를 메울 정도라 여시국 내에선 통곡이 끊이질 않았다.
정신줄을 잃은 뭇 여시들이 길가에 주저 앉아 떠들기를, "차라리 강간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고?"라 망발을 지껄이매, 세간에선 이를 두고 여시국의 건국 이념이던 려성상위주의도 이제 끝물이라며 혀를 찼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여시국이 침울해있는 상황에서 포로포로리는 홀연히 달글부에 등청하지 아니하고 낙향해 여러 강산을 유람하게 되었으니, 그에 대한 사정은 바로 이러하였다.
때는 지난 20일로, 전국은 싸움으로 한참 혼란한 와중이었는데 이를 노리고 여시 진중에 숨어들어 염탐하던 종군이들이 적도 무갤럼에게 첩보를 전하매, 여시의 진중에 혜안을 지닌 여시가 있다고 하였음이라. 이에 무갤럼들이 수소문하니 그 여시가 바로 포로포로리임을 알게 되었다.
종군은 상황을 전하며 말하길, "소인이 그동안 여치들을 밀정하면서 그만한 기개와 통찰을 지닌 자는 일찍이 없었나이다."라며 그녀를 추켜세웠다.
또 다른 종군이 이리 말하길, "포로리녀는 혼탁한 일을 마주해도 참과 거짓을 가릴 줄 아니 이는 여시국의 축복인데, 이 재능을 보는 눈이 여시국에 없습니다."라고 전하였다.
무갤럼들은 입을 모아, "포로리갓은 진정한 적수요, 일합을 주고받아도 기쁨을 얻을 수 있음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적도들이 포로리녀에 주목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포로포로리가 육사녀를 탄핵한 일도 적도의 진중에 샅샅이 알려지게 되었다.
소식을 접한 적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포로리를 포로리갓이라 일컬으며 그녀의 지략이나 인망을 높이 샀으며 개중에는 포로리의 초상을 그리거나, 시를 지어 올리며 그녀를 간절히 사모하고 또 추종하는 자들이 나타났다.
헌데 이를 접한 포로포로리는 그 즉시 짐을 싸더니, 이내 상소 없이 낙향하고자 하였으니 이를 본 부관이 기이하게 여겨 그녀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포로리는 한탄하겨 가로되, "주군이나, 우리나라 사람에게 나의 재주를 인정받는 것은 신하된 자로서 참된 기쁨이나 적도들에게 내 재주가 쓰임이 있다고 하는 것은 결코 기쁜 일이 아니구나."라 토로하였다.
이어 담담하게 말하길, "내 잠시 동안이라도 자리를 떠나야겠구나. 그러지 않는다면 나는 물론이고 여시국에 큰 누를 끼치는 일이 될 것이다."라 하고는 길을 떠났다.
이는 실로 포로포로리의 충심이요, 혜안이었음이라. 적도가 여시국의 장수를 사모한다는 일이 여시국 내에서도 알려짐에 따라 소인배들의 오해를 사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지난날 포로리가 좌중을 언변으로 압도한 일에 앙심을 품은 여시들도 있으니, 포로리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들 무리는 포로리를 시기하매 아예 그녀의 전공까지 인정하지 아니하니 여시국에는 부패와 추태가 만연하여 지장을 올바르게 대우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포로포로리는 울분을 삼키더라도, 이 악행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으니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한없이 낮추어 소인배들로 하여금 그녀의 티끌 같은 흠이라도 트집을 잡을 수 없게 하였다.
그리고 포로포로리는 여러 시일을 전국을 유람하며 난국을 타개할 계책을 짜왔는데 훗날 여러 사람이 이르길, 이 계책이야말로 여시국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었다고 한다.
- 여시국을 살릴 상소를 올리다
대빵 7년 5월 27일의 밤, 오유국 바보공이 친히 오유 사대부에게 조서를 내린 일이 있었다. 그러자 달글부의 여시들이 긴급히 소집되었다.
조서의 내용이란, 지난날 '주작의 변'을 일으킨 장본인 오유공과 꿈다미가 여시국의 사람이었음이 확연히 드러나게 된 바 이에 여시국과 오유국의 국경을 봉쇄하여 앞으로의 변란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달글부 여시들이 바보공이 내린 조서를 읽고 분격하였는데, 그녀들은 바보공이 사리분별을 하지 못해 사대부들이 하는 참소만을 믿고 이리 무도한 짓을 저지른다고 떠들댔다.
그러나 정작 바보공의 조서를 두고 어찌해야 되는지에 대해선 머리를 맞대어도 명쾌한 대답이 나오지 못했다. 심지어 조서에 있는 문자조차 해독하지 못하는 여치들도 있었으니 이는 이미 수천의 정병이 여시국을 탈주한 이래로 생겨난 인재의 부족 현상에 의한 문제였음이라. 하여 어느 여시는 대빵과 게지들에게 상소를 올려봤지만 묵묵무답이니 고구마만 먹었을 뿐이었다.
한편 바보공이 조서를 내렸단 소식을 접한 포로포로리는 그 길로 다시 의복을 바로하여 달글부로 항하였다.
달글부에 등청한 포로포로리는 문무백관 앞에 이르러 장문의 상소를 올리니, 이는 바로 지난날 포로리가 난국을 타개하고자 꾸린 계책의 내용이었다.
- 포로포로리 최후의 상소문. 이것이 그녀의 목을 죄어왔음을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상소에서 포로기가 주장하기를, '적도에게 살을 내주더라도, 그들의 뼈를 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주작의 변'을 일으킨 오유공과 꿈다미의 혐의를 인정하는 대신에 오유국이 여시국과 싸워 해를 끼친 일에 대해서도 바보공에게 인정과 사과를 역으로 요구하려는 비책이었음이라.
상소에서는 '주작의 변'의 처리 문제를 두고 깊이 고민하던 포로리의 마음이 녹아 있으니, 이는 다음과 같다.
"...이리하여 보건대, 지난날 '주작의 변'은 여시국을 풍전등화의 상황에 빠트리게 하였으니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다. 따라서 대빵께서 나서 잘못을 인정하되 개인의 잘못을 대국이 책임지고 감내한다는 명분을 세운다면 위기를 벗어날 것이다."
그러면서, 포로리는 그동안 자신이 주저해오던 간언까지 하기를 결심하고 다음의 내용을 적어놓았다.
"불행히도 시국을 논하는데 있어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자들은 적도 무갤럼, 오유 사대부, 스르륵 아재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다. 어째서 적도가 우리의 의중을 모른다고만 할 것인가? 이미 적도는 한치 앞을 멀리 보고 우리보다 한발 먼저 움직이고 있으니 이제는 우리가 시야를 넓혀, 적과 우리 사이에 놓인 간격을 좁히는 일에 치중하여야 한다!"
- 부털의 옥
상소를 접한 달글부 여시들은 포로리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해냈고, 누군가는 "오유국의 말은 믿을 것이 되지 못한다."며 계책을 거부했다. 이어 포로리를 둘러싸고 문무백관이 겁박하여 주장을 철회하라 하기에 이르렀으나 그럼에도 포로리는 본래의 기개를 접지 않고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달글부에 있으나, 게지타포 군관이기도 하던 혐젤 여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일갈하기를, "어찌하여 여시국의 사람이 오유국의 언행을 받아들이는가?"라며 의심하였다.
그러자 포로포로리가 말하길, "군관께선 옳고그름의 기준이 어디에 있으시오? 오유국의 말이라고 하면 모조리 거짓이고, 여시국의 말이라고 무조건 참이라면 어찌하여 오늘날의 형세가 이러하겠소?"라 반박하였다. 혐젤은 그저 부들부들만 하였다.
만일 여시국에 천명이 아직 있었다면 포로포로리의 목숨을 건 간언이 통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과 귀가 탁해진 여시들이 그녀의 말을 듣지 아니하니, 결국 두 시진 넘는 포로리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미 천명은 여시국에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포로포로리를 한없이 의심하던 혐젤은 "이년봐봐!"를 외치니 여러 여시들이 포로리를 포위하매 '부털의 옥'이 시작되었음이라.
달글부의 문무백관은 포로리를 두고 논하길, 그녀는 오유국이나 무갤럼의 시녀이니 적도의 말을 받아 쓴다며 하며 그녀를 탄핵하였다. 그리하여 여시국을 부흥시킬 인재는 일순간에 분탕종자로 변모하게 되는 한심한 사건이 벌어졌다.
가관인 것은 바로 혐젤 여시니, 그녀는 "포로포로리는 여시국의 사람이 아니며, 설사 우리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미 세뇌당한 바 이를 구제할 방법은 오로지 부털 뿐이다."며 포로리의 참살을 주장하였다.
또한 뱀과 같은 혀로 싸지르기를, "그녀는 오래전부터 무갤럼과 내통하였음이 틀림 없음이다. 그렇지 아니한다면 어떻게 여시국 사람이 저렇게 오유국과 무갤럼의 말을 상세하게 안단 말인가?"라고 하였다.
포로포로리는 의로움을 버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설득하고자 노력했으나, 자신이 어찌될지는 직감하였기에 다음의 절명구를 남기었다.
"(의로움이)분란이라면 부털을 당하는데 주저하지 않으리 / 내가 경솔하였음을 천하가 알고 있으니 / 부털을 당하더라도 한마디도 항변치 않으리"
그로부터 두 시진이 지나고, 게지타포들이 포로포로리를 압송하였다. 포로리는 여시국의 법도에 따라 변론도 없고 재심도 없이 단심 결정에 의한 처형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누가 처결을 하였는지, 그 근거는 무엇이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니 뭇 사람들은 게지타포 혐젤의 횡포로 포로리가 죽임을 당하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가증스럽게도 혐젤은 포로포로리가 처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매, 그녀의 사체를 박제하여 아직 박멸되지 못한 시녀와 적도에게 본보기를 세워야 한다고 말하였고 이를 실천에 옮기었으니 참으로 끔찍하고 잔혹한 처우였음이라.
한편 처형 소식이 여시국을 떠나, 무갤럼들에게도 전해지자 진중은 순식간에 초상이 되었다.
적도 중 명망이 있는 사람들은 읍소하며 이르기를 "어찌하여 하늘은 저러한 귀인을 여시국으로 보냈단 말인가? 이는 모두의 불행이니,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라고 하였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식음을 전폐하고 포로포로리의 죽음을 애도하니 울음소리가 천지를 뒤흔들 정도였다고 한다.
죽음에 대한 내용이 이리 비극적이니, 포로포로리가 실은 생존하여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항간의 떠도는 소문까지 생겨났다.
만약 포로포로리가 죽지 않았다면 여시국이 아닌 여초삼국 중 일국에 머무르고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변경백 살레몽도 포로포로리가 살아있다는 항간의 소문을 믿고 그녀를 수소문해보았으나 그 결과가 어찌되었는지는 아는 이가 없다고 전해진다.
- 평評
본디 포로포로리는 약관의 나이에, 진골이나 성골보다 낮은 직급의 회원이었으니 그녀가 여장부마냥 일감을 할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가늠치 못했음이다.
하나 포로포로리는 성품이 강직하고, 충심이 깊었으며,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뛰어난 직관력을 갖고 있었기에 변란의 와중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거나 달변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신묘한 계책을 내세울 수 있었다.
그녀는 시국을 객관적으로 읽는 재주가 있었으며 아군의 유불리를 따질 줄 알았으니, 적도 무갤럼과 오유 사대부에게도 그녀의 인망을 사모하기까지에 이르렀다. 하나 그녀는 적의 평가를 받아들이지 않고, 깊은 충심으로 대빵 여시국을 따랐을 뿐이니 진실로 충신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충심에서 간언이 나오니, 진실된 마음과 냉철한 판단이 합하여 시국의 어려움을 헤쳐갈 수 있는 지혜가 나왔고 비록 겁박을 받더라도 자기 발언을 철회하지 않는 자세가 나왔음이다.
게지타포 군관 혐젤이 포로포로리를 죽이려고 들었음에도, 오히려 제 목숨을 기꺼이 대빵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포로리의 진심이 대빵과 여시국에게 완전히 바쳐져 있음이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진심과 재주를 알아주지 않은 대빵과 여시국의 여시들이 그녀를 무참히 참살하고 말았으니 사관은 통탄할 길이 따로 없음이라.
더욱이 강산이 넓고 사람과 재물이 풍족한 여시국에서 유독 인재는 부족한 일이 오래되었다가, 끝내 '주작의 변'과 '탑시의 변' 등의 변란을 거치며 큰 참화를 겪었으니 포로포로리와 같은 인재는 반드시 놓쳐서는 안되었다.
만일 그녀가 중히 쓰여졌다면, 여시국의 앞날은 오늘과 달랐을 지도 모른다.
변경백 살레몽의 화려한 용병술을 맞상대할 영웅이 탄생할 수도 있었고, 노상처만을 강변하던 육사녀와 호로랭구녀의 거짓을 사전에 간파해 여시국에 수치를 주지 않을 수도 있었으며, 오유국이 저토록 강하게 밀어붙이는 일을 누그러뜨리고 장차 싸움을 끝낼 대화의 장을 열었을 지도 모른다.
하나 지난 일을 되새겨 이제 무엇을 하리오. 무엇을 하리오. 혹자는 그녀에게 죄가 있다면, 기둥부터 흔들린 여시국을 바라보며 뿌리 내린 옛 여시국을 좇다가 끝내 목숨을 잃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상 그녀에게 가장 큰 죄는 바로 여시국에 있었던 것 뿐이라 하겠다.
- 혹자가 그녀에게 바치는 추모시
포로포로리의 사후, 여시국에서 그녀의 이름은 금기 사항이 되었으나 유독 무갤럼들 사이에선 군신이자 지혜의 여신 그리고 여시국의 영웅으로 추앙받게 되니 여러 추모 사업이 진행되었다.
지금 소개하는 추모시는 무갤럼 ㄹㄹ씨가 개작한 것으로, 포로포로리를 추모하면서 동시에 그녀의 충심이 스스로의 목숨을 해친 일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http://gall.dcinside.com/muhan/1490866 에 가면 ㄹㄹ라는 유동닉이 쓴게 있으니 가서 추천이나 박아주자.)
포로리는 이미 쫓겨나 강과 연못에서 노닐고 못가를 거닐며 시를 읊조릴 때 안색은 초췌하고 몸은 볏집처럼 말랐다
무갤러가 그녀를 보고 물었다 "당신은 여시충신(女時忠臣)이 아니시오? 어떻게 이곳까지 오시었소?"
포로리가 대답했다 "온 세상이 다 탁한데 나만 홀로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있으니 그런 연유로 추방을 당했소"
무갤러가 말했다 "성인(聖人)은 만물에 얽매이거나 막히지 않고 능히 또한 세상을 따라 옮겨 가는 것이니 세상 사람들이 다 혼탁하면 왜 그 진흙을 휘저어 물결을 일으키지 않으며 뭇사람이 다 취했으면 그 술지게미를 먹고 남은 탁주를 같이 마시지 않고는, 무슨 이유로 깊은 생각과 고매한 행동으로 스스로 추방을 당하셨소?"
포로리가 말했다 " 새로 머리감은 사람은 언제나 갓의 먼지를 털어서 쓰고 새로 목욕을 한 이는 반드시 옷의 먼지를 털어 입는다고 들었소 어찌 깨끗한 몸을 외물(外物)로 더럽히겠소? 차라리 상강(湘江)에 뛰어들어 물고기 뱃속에 장사지낼지언정 어찌 그 희디흰 순백(純白)으로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쓴단 말이요?"
무갤러가 빙그레 웃고는 길을 걸어가며 떠나갔다 이내 노래를 불렀다
"창랑(滄浪)의 물이 맑으면 내 몸을 씻으리 창랑(滄浪)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
그렇게 가버리고 다시는 그와 얘기할 수 없었다.
-아래는 원전-
抱勞理旣放(포로리기방)
游於江潭(유어강담)
行吟澤畔(행음택반)
顔色憔悴(안색초췌)
形容枯槁(형용고고)
武傑見而問之曰(무걸견이문지왈).
"子非女時忠臣與?(자비여시충신여?)
何故至於斯?(하고지어사?)"
抱勞理曰(포로리왈).
"擧世皆濁我獨淸(거세개탁아독청),
衆人皆醉我獨醒(중인개취아독성),
是以見放(시이견방)."
武傑曰(무걸왈).
"聖人不凝滯於物(성인불응체어물)
而能與世推移(이능여세추이),
世人皆濁(세인개탁),
何不掘基泥而揚基波(하불기니이양기파)
衆人皆醉(중인개취)
何不飽基糟而歠基醨(하불포기조이철기리)
何故深思高擧(하고심사고거)
自令放爲(자령방위?)"
抱勞理曰(포로리왈).
"吾聞之(오문지)
新沐者必彈冠(신목자필탄관)
新浴者必振衣(신욕자필진의)
安能以身之察察(안능이신지찰찰)
受物之汶汶者乎(수물지문문자호)
寧赴湘流(영부상류)
葬於江魚之腹中(장어강어지복중)
安能以皓皓之白(안능이호호지백)
而蒙世俗之塵埃乎?(이몽세속지진애호?)"
武傑莞爾而笑(무걸완이이소)
道徫而去(도위이거)
乃歌曰(내가왈)
"滄浪之水淸兮(창랑지수청혜)
可以濯吾身(가이탁오신)
滄浪之水濁兮(창랑지수탁혜)
可以濯吾足(가이탁오족)"
遂去不復與言(수거불부여언)
오 시발 이거 꿀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