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조노 카오리 편집하기 (부분)

== 아리마 코세이에게 쓴 편지 혹은 유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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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문|아리마 코세이님 _ '미야조노 카오리'

"아리마 코우세이 귀하

아까까지 같이 있던 사람에게 편지를 쓰자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당신은 정말 너무해요.<br>
굼벵이, 해삼, 말미잘.

당신을 처음으로 본 건 5살 때<br>
그때 다녔던 피아노 교실의 발표회에서였습니다.<br>
어색하게 등장한 그 아이는 의자에 엉덩이를 부딪혀 웃음을 선사하더니,<br>
커다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음 하나를 낸 순간 제 동경의 대상이 되었습니다.<br>
음은 24색 팔레트처럼 컬러풀했고 멜로디는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br>
옆에 있던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서 깜짝 놀랐지만 말이죠.<br>
그런데 당신은 피아노를 그만둬버렸죠.<br>
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놨으면서 정말 너무해요.<br>
최저, 해삼, 말미잘.

같은 중학교란 사실을 알고 기뻐서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br>
어떻게 하면 말을 걸어줄까?<br>
매점에 샌드위치 사러 가볼까?<br>
하지만 결국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했어요.<br>
왜냐하면 다들 너무 친해보였거든요,<br>
내가 들어갈 공간은 없었어요.

어릴 때 수술을 한 후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었지만<br>
중학교 1학년 때 쓰러진 이후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br>
병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습니다.<br>
학교에는 좀처럼 갈 수 없었죠.<br>
제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병원의 대기실에서 부모님이 울고 계신 것을 보고 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때였죠.<br>
저는 달려나갔어요.

천국에 가서까지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하고 싶은대로 하기 시작했습니다.<br>
무서웠던 콘택트 렌즈, 몸무게를 신경쓰느라 엄두도 못 냈던 케이크를 혼자서 먹기, 잘난체하며 지시하는 악보도 제가 켜고 싶은 대로 켰습니다.<br>
그리고 딱 하나 거짓말을 했습니다.

미야조노 카오리가 와타리 료타군을 좋아한다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 거짓말은 제 앞에 아리마 코세이군을 데려와 줬습니다!

와타리군 에게 미안하다고 전해줘.<br>
뭐 그래도 와타리군 라면 나에 대한건 금세 잊어버리겠나?<br>
친구로서는 재밌지만, 역시 난 나만 바라보는 사람이 좋은걸.<br>
그리고 츠바키에게도 사과해 주세요.<br>
저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인지라 이상한 화근을 남기고 싶지 않았기에 츠바키에게는 부탁할 수 없었습니다.<br>
아니 아리마 군을 소개해달라고 대놓고 부탁했다면 츠바키는 좋은 대답을 안 해줬을 거예요.<br>
왜냐하면 츠바키는 널 많이 좋아하거든. <br>
이미 다들 알고 있어.<br>
모르고 있던 건 너와 츠바키 뿐.

제 비겁한 거짓말이 데려온 당신은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br>
생각보다 어둡고, 비굴하고, 옹고집에, 집요하고, 도촬범.<br>
생각보다 목소리가 낮고, 생각보다 남자다웠고, 생각했던대로 다정한 사람이었죠.

다리에서 뛰어내린 강은 차갑고 기분 좋았지?<br>
음악실에서 바라본 둥근 달은 꼭 찐빵 같아서 맛있어 보였어<br>
전차와 경주했을 땐 진심으로 이길거라 생각했어.<br>
별빛 밑에서 함께 부른 반짝반짝 작은별 즐거웠지?<br>
밤중의 학교는 분명히 뭔가가 있어!<br>
눈은 흩날리는 벚꽃잎과 닮았지?<br>
연주가인데 무대와는 상관없는 걸로 가슴이 벅차오르다니 왠지 이상하지?

잊을 수 없는 풍경이 이렇게 사소한 것들이라니 이상하지?<br>
당신은 어떤가요?<br>
나는 누군가의 마음 속에 살고 있을까?<br>
나는 네 마음 속에 살고 있니?<br>
잠깐이라도 나를 떠올리곤 할까?

리셋 같은건 싫어.<br>
잊지 말아줘.<br>
약속한거다?<br>
역시 너라서 다행이야.<br>
닿을까? 닿기를 바래.

아리마 코세이 군.

당신을 좋아합니다.<br>
좋아합니다.<br>
좋아합니다.

카눌레, 다 못먹어서 미안해.<br>
많이 때려서 미안해.<br>
투정만 부려서 미안해.<br>
정말 많이, 미안해.

고마워.

-PS. 제 보물을 편지와 같이 보냅니다. 필요 없으면 찢어 버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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