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의 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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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루 2틀 3흘 4흘...
이런 언어 파괴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하다가, 마침내 답을 찾아냈다.
수사(數詞)[편집]
수사(數詞)란 사물의 수량이나 순서를 나타내는 품사로, 기수사(基數詞)와 서수사(序數詞)가 있다. 쉽게 말해 숫자를 세는 말이다.
기수는 수를 나타네는데 기본이 되는 수로(기본수); 하나(1), 둘(2), 셋(3) 등의 우리말 기수와 일(1), 이(2), 삼(3) 등의 한자어 기수가 있다.
서수는 사물의 순서를 나타내는 수로(순서수); 첫째, 둘째, 셋째;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등의 우리말 서수와 제일(第一), 제이(第二), 제삼(第三) 등의 한자어 서수가 있다.
기수 | ||||||||||||||
---|---|---|---|---|---|---|---|---|---|---|---|---|---|---|
아라비아 숫자 | 0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00 | 1000 | 10000 |
한자 | 零 | 一 | 二 | 三 | 四 | 五 | 六 | 七 | 八 | 九 | 十 | 百 | 千 | 萬 |
한자어 | 영 | 일 | 이 | 삼 | 사 | 오 | 육 | 칠 | 팔 | 구 | 십 | 백 | 천 | 만 |
우리말 | 하나 | 둘 | 셋 | 넷 | 다섯 | 여섯 | 일곱 | 여덟 | 아홉 | 열 | 온 | 즈믄 | 거믄 | |
서수 | ||||||||||||||
한자어 | 제일 | 제이 | 제삼 | 제사 | 제오 | 제육 | 제칠 | 제팔 | 제구 | 제십 | ||||
우리말 | 첫째 | 둘째 | 셋째 | 넷째 | 다섯째 | 여섯째 | 일곱째 | 여덟째 | 아홉째 | 열째 |
사용례[편집]
보통은 옛날부터 써 온 단위에는 순우리말 수사를 쓰고, 개화기 이후에 들어온 단위에는 한자어 수사를 쓴다.
시간을 나타내는 단위인 시(時), 분(分), 초(秒)를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 |
'한 시'의 시(時)는 서구 문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 곧 갑오경장 이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쓰였던 단위이고, '일 분'의 분(分)은 그 후에 쓰이게 된 단위인 까닭에 시(時)는 우리말 한(一)과 통합되고, 분(分)은 한자어 일(一)과 통합되어 쓰인다.
- 국어학자 박지홍 |
” |
따라서 4시, 7시 등 시(時)는 사 시, 칠 시가 아닌 네 시, 일곱 시로 읽고; 1분, 2초 등 분(分), 초(秒)는 한 분, 두 초가 아닌 일 분, 이 초로 읽는다.
마찬가지로 개화기 이후에 들어온 m(미터), L(리터), kg(킬로그램) 등의 단위에는 한자어 수사를 쓴다. 예) 3m(삼 미터), 6L(육 리터), 9kg(구 킬로그램)
나이를 셀때는 아라비아 숫자 뒤에 '살'이 아닌 '세(歲)'를 쓰는데; '69세', '육십구 세' 또는 '예순아홉 살'로 읽고 쓰는 것이다.
1 개, 2 대, 3 마리, 4 벌, 5 장, 6 자루, 7 채, 8 켤레, 9 송이 등의 단위는
일반적으로 한 개, 두 대, 세 마리, 네 벌, 다섯 장, 여섯 자루, 일곱 채, 여덟 켤레, 아홉 송이로 읽힌다.
물론 다르게 읽히는 경우도 있는데; 사탕 3개(세 개) ↔ 3개(삼 개) 국어, 자동차 2대(두 대) ↔ 18대(십팔 대) 대통령, 팔척(八尺)귀신 ↔ 열두 척(隻)의 배 등이 그것이다.
다만, 국립국어원의 답변에 따르면 이러한 표현에 명확하게 규칙이 있는것은 아니라고 한다. [1]
문제점[편집]
이처럼 명확한 규칙이 없다보니 수사를 쓸때 같은 단위임에도 다른 종류의 수사를 쓰는 문제도 나타나게 된다.
“ |
예) 3 개(세 개) → 69 개(육십구 개), 10 마리(열 마리) → 74 마리(칠십사 마리) |
” |
보다시피 숫자가 커지면 그 양상이 뚜렷해지는데, 숫자를 셀 때도 49까지는 '마흔아홉'처럼 우리말로 세다가 50부터 '쉰'이 아니라 '오십'처럼 한자어로 세는 경우가 그렇다.
평수를 따질때는 더 심한데; 1 평(한 평), 2평(두 평) 등 한 자릿수는 우리말로 읽지만; 13 평(십삼 평), 24 평(이십사 평)등 두 자릿수로 넘어가면 한자어로 읽는게 일반적일 것이다.
게다가 날짜의 경우, 날짜를 세는 말이 따로 있어 더욱 더 혼란을 가중시킨다.
날짜 | |||||||||||
---|---|---|---|---|---|---|---|---|---|---|---|
아라비아 숫자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5 |
한자 | 一日 | 二日 | 三日 | 四日 | 五日 | 六日 | 七日 | 八日 | 九日 | 十日 | 十五日 |
한자어 | 일일 | 이일 | 삼일 | 사일 | 오일 | 육일 | 칠일 | 팔일 | 구일 | 십일 | 십오일 |
우리말 | 하루 | 이틀 | 사흘 | 나흘 | 닷새 | 엿새 | 이레 | 여드레 | 아흐레 | 열흘 | 보름 |
1루, 2틀[편집]
그렇다면 1루 2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2틀은 이틀과 발음이 같아서 이해 할 수 있다고 쳐도, 어떻게 해야 하루가 1루가 될 수 있던 것일까?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수사에는 우리말 수사와 한자어 수사로 나뉘어있는데다 명확한 규칙이 없고, 날짜를 세는 말이 따로 있기에 이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자, 다음 문장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 |
오늘 디시위키 3대 성역을 반달했다. |
” |
위 문장은 3 대가 삼 대로 읽힌다. 절대 세 대로 읽히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읽는 변태들도 있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이 문장을 쓸 경우 머릿속으로 '삼 대'를 떠 올리면서 키보드 자판은 3을 누르고 있을것이다.
그 다음 문장을 살펴보도록 하자.
“ | ” |
위 문장은 5 명과 1 명이 각각 다섯 명과 한 명으로 읽힌다. 군인이라면 오 명과 일 명으로 읽을 수도 있다.
일반인들은 이 문장을 키보드로 칠 때, 머릿속으로 '다섯 명'과 '한 명'을 떠올리면서 키보드 자판은 5와 1을 누르고 있을 것이다.
그럼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보자.
“ | ” |
이번 문장은 문장 그 자체보다 이 문장에 대한 대답이 중요하다.
카톡으로 저런 질문을 받아서 대답한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4 개라고 대답한다면, 머릿속으로 우리말 네 개를 떠올리면서, 한글로 네 개를 치거나 또는 숫자로 4 개를 쳐서 답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 개(1 개), 두 개(2 개), 세 개(3 개), 네 개(4 개)...
여기서 우리는 키보드를 치면서 무의식적으로 우리말을 아라비아 숫자로 변환하여 한을 1로, 두를 2로, 세를 3으로, 네를 4로 인식하게 된다.
'한'을 생각하며 1을 누르고, '개'를 생각하며 'ㄱ + ㅐ'를 입력하고; '두'를 생각하며 '2'를 누르고, '개'를 생각하며 'ㄱ + ㅐ'를 입력하고...
평소에는 이러한 수사의 혼동이 문제가 되지 않는데, 뒤에 '개'나 '마리' 같은 의존명사를 붙여주면 자연스럽게 해결 되기 때문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4대 정령를 '네 대 정령'으로 읽는다고 생각해보자. 이 사람이 읽은 그대로 다른사람과 대화를 한다면 어색하겠지만,
'네 대'를 쓸때는 네를 생각하며 숫자 4를 입력하고, 뒤에 의존명사 대를 붙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남들이 보기엔 자연스럽게 4대(사 대)가 되는 것이다.
보통 수를 셀때 한자어와 우리말로 모두 읽히는 경우에도, 뒤에는 똑같이 의존명사가 붙는다. 예) 자동차 4대(네 대), 4대(사 대) 성인
하지만 날짜를 세게되면 감춰졌던 혼동의 문제가 드러나게 되는데, 날짜를 셀때 한자어 수사에는 의존명사가 붙지만, 우리말 수사에는 의존명사가 붙지 않는것이 그 이유다.
의존명사 일(日)은 날짜를 한자어로 셀 경우에 뒤에 따라 붙게 되지만, 예) 1일, 2일, 3일
우리말로 날짜를 세게 되면 자연스레 떨어져 나가게 되는데, 예) 하루 일, 이틀 일, 사흘 일(X) → 하루, 이틀, 사흘 (O)
이때 수사의 혼동이 발생하여 루, 틀, 흘 등이 마치 의존명사처럼 뒤에 붙어버리게 된다.
“ | ” |
이번엔 대답이 아니라, 위 질문 자체를 머릿속에 떠올려 키보드로 입력한다고 생각해보자.
수사의 혼동이 발생하면 하루를 치려는 순간 머릿속에서 하를 생각하면서 키보드의 1을 누르고, 뒤에 의존명사가 따로 없음에도 루를 마치 의존명사처럼 붙여버리게 된다. 이렇게 전설의 1루가 탄생한 것이다.
비슷하게 하를 숫자 1로 인식하여 입력한 예가 바로 1나이다. 다만, 이 경우 한자어(일)에도 우리말(하나)에도 애당초 의존명사가 붙지 않기에, 1나 자체는 1루에서 유래한 혼동일 가능성이 크다. 자매품으로 5섯, 6섯, 7곱, 8덟, 9홉...
'이틀'도 이를 생각하며 숫자 2를 누르고(이 경우 우연히 발음이 일치한것) 뒤에 의존명사가 없으니 틀을 의존명사처럼 따라 붙인 것이다. 3흘(사 = 3), 4흘(나 = 4), 5새(닷 = 5), 6새(엿 = 6) 등 모두 마찬가지다.
이거 어쩌면 영어에서 first, second 등을 1st, 2nd 등으로 줄여쓰는 걸 따라하는 걸지도 모른다.
결론[편집]
'한 개'의 한은 '1 개 국어'의 1이, '두 대'의 두는 '2 대 대통령'의 2가 될 수 있지만, '하루'의 하는 '1일'의 1이 될 수 없다.
만약 날짜를 '하루'가 아니라 '하 일'로 세어 왔다면, '하'를 1로 인식해도 1일의 1이 가능했을 것이고, 1루도 없었을 것이다.
막상 적고나니 굉장히 쓸데 없다.
사실 눈에 거슬린다는 점 말고는 생활하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