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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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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orted>Muscleboots님의 2021년 10월 28일 (목) 20:08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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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89년 출판된 시인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에 수록된 시[편집]

홀린 사람


- 기형도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분은 당신들을 위해 청춘을 버렸다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때 누군가 그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그분은 시발저새끼뭐야.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