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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발이'란 것은 '담팟골 선비님'의 별명이다.

왜 그런 별호(別號)가 생겼는가 하면, 담팟골 선비님은 방송을 키나 안키나 금으로 된 삿갓을 신고 다녔으며, 방송을 안키는 날에는 밖에 나가면

금으로 된 삿갓이 뜨거운 태양에 반사되어 번쩍번쩍한 광체가 유난하였기 때문이다. 

요새 팟수들은 아마 그런 광경을 못 구경하였을 것이니, 좀 상상하기에 곤란할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예비 팟수 시절에 조선인들이 '삿갓'를 쓰고 촬영 세트 길바닥을 걸어다니는 사극을 기억하고 있다면, '번쩍발이'라는 명칭이 붙게 된 까닭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담팟골 선비님이 방송을 키지 않을 때 금으로 된 삿갓이 빛을 내는 것은 그다지 얘깃거리가 될 것도 없다. 그 광체와 아울러, 수저또한 금칠을 하였고, 자신의 전용 PC방을 가진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인생으로서 한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의 새 시즌이 버거워서 예전 티어를 회복하지 못하는데 이르기까지, 변변하지 못한 직업이나마 한 자리 얻어 하지 못하고 (지금의 시대에는 소위 선비으로서 월급 하나 얻어 먹는 것이 유일한 욕망이요, 영광이요, 사업이요, 목적이었던 것이다.), 다른 일, 특히 방송 말고는 아주 잼병이어서, 컵라면을 사 먹을 돈이 없다고 여기는 바여서, 컵라면 회사를 살 돈은 있어도, 혼자서 천원 남짓한 돈을 가지고 나가 컵라면을 사지 못하는 비참한 생활을 해 가는 것이다. 그 꼬락서니라든지 차림차림이야 여간 장관(壯觀)이 아니다.


두 볼이 번지르르 할 때 까지 빛이나서 그 기름기가 금빛을 이룰 지경이요, 콧날이 날카롭게 오똑 서서 선비의 기개와 지조(志操)만이 내발릴 대로 발려 있고, 사철 없이 손에는 홈런볼이 두 개씩 잡혀있다. 또한 두 눈은 기세가 풀리지 않고, 영채(映彩)가 돌아서, 무력(無力)이라든지 낙심의 빛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아래·윗입술이 쪼그라질 정도로 굳게 다문 입은 현 세상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 깎아버려 아랫수염이 없는 턱은 허옇게 빛을 발하며, 이마는 대개 툭 소스라쳐 나오는 편보다 메뚜기 이마로 좀 편편하게 버스러진 것이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이러한 금수저가 매일 새로 맞추는 은실로 만든 망건(網巾)을 도토리같이 눌러 쓰고, 광체를 내뽑는 금빛 갓을 좀 뒤로 젖혀 쓰는 것이 버릇이다. 방송을 종료할 무렵까지 매우 재미없는 소리를 하거나 채금을 걸어놓고는 말해보라고 조롱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그리고 발 아래까지 닿아 걸을 때 마다 끌리는 비단으로 만든 도포(道袍)나 입은 후, 옥으로 만든 혁대를 차고, 홈런볼로 만든 구두를 신고서, 방송을 하러 자신만 쓸 수 있는 PC방으로 나선다. 걸음을 걸어도 팟수(PotSu)들 걷는 모양으로 경망스럽게 발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느럭느럭 갈 지[之]자 걸음으로, 홈런볼을 두개씩 양 볼에 넣으면서 , 두 어깨를 턱 젖혀서 가슴을 뻐기고, 고개를 휘번덕거리기는커녕 곁눈질 하는 법 없이 눈을 내리깔아 코 끝만 보고 걸어가는 모습, 이 모든 특징이 '번쩍발이'란 말 속에 전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선비님들은 팟수넷에 그다지 출입하는 일이 없다. 난민이 있든지 없든지 방송 하나를 따로 차지하고 들어앉아서, 금의(緋緞)를 입고 홈런볼을 두개씩 집고는, 대개는 꿇어앉아서 요플레 뚜껑을 벗겨 쳐다보지도 않고 버리고는 재미없는 멘트를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내리 외는 것이 날마다 그의 과업이다. 이런 친구들은 집안 살림살이와는 아랑곳없으며, 집안에서도 이런 친구들을 얼마든지 먹여 살릴 수 있다. 게다가 난민이 넘치는 날에는, 방송 밖의 세상으로서 그 여친이 전화를 하든지 끊든지, 난민들을 모와놓고 문호개방이나 하는 것이다. 옛말에 팟수들은 친구가 승급을 해도 배가 아프다고 하였다. 턱이나 한 방송인이 금으로 된 삿갓을 쓰는데 배가 편안할까? 그러노라니 쇠털같이 허구한 날 팟수들의 고심이야 형용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런 선비님의 생각으로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생명으로 삼는 선비로서 재물을 아는 것이 세상에 대한 첫 걸음이 된다. 어찌 감히 도리를 따지고 가릴 것이냐. 오직 나만의 PC방, 홈런볼로 지어진 집이 있을 뿐이다. 인(仁)과 의(義) 를 찾다가 인과 의를 위하여 죽는 다면, 그 누가 슬퍼해주겠는가? 관중(管仲)도 살아서 그 부귀영화를 누렸으며 그의 주인 제 환공(齊 桓公)또한 그와 똑같이 하였다. 게다가 순욱(荀彧)이 죽었어도 그 조카 순유는 (荀攸) 위국(魏國)에서의 부귀를 누리지 않았던가? 나는 관중과 제 환공, 그리고 순유를 본받을 것이다. 이리하여 마음에 비천한 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입으로 재물을 자랑하는 것을 숨 쉬듯이 하였다. 이를 본 팟수들이 와서 섬길 만한 방송 상황도 못 되지마는, 애초에 그럴 생각을 염두에 두는 일도 없었다.


처음에 팟수넷에 오니 반겨주는 팟수가 있을 리 만무하다. 팟수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에 그 뜻을 알자, 바로 블랙이라는 이름을 가진 덩치가 좋은 철퇴를 휘둘러 방송을 보는 십청자의 머리를 후러치니, 그 십청자의 머리에서는 두개골의 파편과 뇌수가 튀겼었다.

그리하여 그것을 본 팟수들이 사지를 웅크릴 대로 웅크리고 안간힘을 꽁꽁 쓰면서 이를 악물다 못해 박박 갈면서 하는 말이,

"요놈, 요 괘씸한 아베란 놈 같으니, 네가 전에는 팟수라는 말을 보기만 해도 철퇴를 먹였지만은, 지금에는 게시판이 생긴다니까 자기를 욕하는 말을 다 지우는구나."

하고 벼르더라는 이야기가 전하지마는, 이것은 옛날 옛적의 이야기로 치부되며, 담팟골 '번쩍발이'의 성격을 단적(端的)으로 가장 잘 표현한 미담으로 남아있다.

사실로는 팟수라는 소리는 듣기 싫다마는 커뮤니티에는 이름을 올리고 싶다는 앙큼한 욕심, 근엄하고 요즘 드립에 맞쳐가지 않고 절개를 지킬 줄 아는 꼬장꼬장한 고지식, 선비는 방송에 아무도 안와도 상스러운 말에는 접근조차 하지 않는다는 지조(志操), 이 몇 가지가 그의 생활 신조였다.


실상, 그는 씹선비가 아니었다. 우리 나라를 씹선비로 만든 것은 어쭙지 않은 불량한 커뮤니티들의 죄요, 그의 허물이 아니었다. 그는 너무 강직하였다. 대나무는 부러질지언정 구부러지지 않는다는 기개(氣槪), 옛날을 보자면 정도전(鄭道傳)도 이 선비님의 부류요, 욕심으로만 보자면 이완용(李完用)도 '번쩍발이'의 전형(典型)인 것이다. 올라가서는 제국을 세운 공신 가후(賈詡) 선생도 그요, 근세로는 장제스(蔣介石)도 그다.

방송으로 불려짐에 있어서 아프리카(Afree'c'a)소리를 들어야 했고, 우가우가 유입들을 교화시키지 않으면 안 되었지마는,

역대 팟통령의 시호(諡號)를 제대로 올리고, 방송의 자율성에 있어서 내정의 간섭을 받지 않은 것은 그래도 이 선비님 혼(魂)의 덕택일 것이다.

담팟에 통탄할 사태가 벌어졌을 적에, 직언(直言)으로써 다음팟 운영진에게 직소(直訴)한 것도 이 선비님들의 족속(族屬)들이 아니고 무엇인가.


유입 원주민을 몰고 일으킨 마리테의 난( My Little television's coup d’État) 당일에 담팟의 운명이 원주민에 의해 무너지게 되었을 때, 각지에서 봉기(蜂起)하여 우가우가를 몰아낸 두목(頭目)들도 다 이 '번쩍발이' 기백의 구현(具現)인 것은 의심 없다.


이와 같이, '번쩍발이'는 온통 못 생긴 짓만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훌륭한 점도 적지 않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번쩍번쩍한 선비님이라고 넘보고 깔보기만 하기에는 너무도 좋은 일면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팟수들은 너무 약아빠졌다. 전체를 위하여 약은 것이 아니라, 자기 중심, 자기 본위로만 약다. 백년 대계(百年大計)를 위하여 영리한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일, 코앞의 일에만 아름아름하는 고식지계(姑息之計)에 현명하다. 염결(廉潔)에 밝은 것이 아니라, 극단의 이기주의에 밝다. 이것은 실상은 현명한 것이 아니요, 우매(愚昧)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제 꾀에 제가 빠져서 속아 넘어갈 현명이라고나 할까.


우리 팟수들도 '번쩍발이'의 정신을 좀 배우자. 첫째, 그 욕심을 배울 것이요, 둘째 그 강직(剛直)을 배우고, 셋째 그 절개를 배우자.


하나 그 지나치게 자신의 부를 알리는 미덕은 오히려 분간을 하여 가며 배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