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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하태수가 되다. == 오기의 출현은 문후에게 정말 중요한 사건이었다. 30년 동안 여러 탁월한 문신들은 많이 만나 정치는 잘 했지만 강력한 군사력을 키울 장군은 악양(樂羊)을 빼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사방이 제후국들에게 둘려쌓여 있고 특히 서쪽에 엄청 짱짱쌘 진(秦)나라가 있어서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오기가 제 발로 찾아왔으니 이거야 말로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다. 문후는 즉시 오기를 서하(西河)의 태수로 임명했다. 서하는 황하를 사이에 두고 진나라와 맞닿은 지역이다. 중원의 깡패 진(晉)나라가 3개로 쪼개지기 전 강성하던 시절 아직 서쪽 찐따였던 진(秦)나라를 줘패고 억지로 자기네 땅으로 만든 곳이라, 진(秦)나라 입장에서는 늘 벼르고 있던 땅이었으며 이곳은 지형이 험해서 위나라에겐 중요한 방어 요충지였다. 게다가 위나라 입장에서는 뒤가 황하라 자동 배수진. 그러나 지형의 이점만 믿고 안심하기엔 이곳의 전략적 가치가 너무 컸다. 서하땅 뺏기고 황하 건너면 바로 위나라 수도 안읍이라 답도 없었다. 무조건 지켜내야 할 요지중에 요지였던것이다. 희대의 명장 오기가 부임한다는 소식에 군사들과 백성들 모두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오기가 도착하자 그 기대가 산산히 부서졌는데 얼굴은 평범하고 행색도 일반 백성과 다를 바 없는 데다가 어느 한 곳도 한 나라의 머장군이라고 보이지 않았다. 겨우 한다는 일이 가끔씩 부대를 돌아보는 정도였다. 관례대로라면 새로 부임한 장군은 부대를 사열하고 파티를 열어 부하들을 격려해야 했다. 휘하의 한 장군이 참다 못해 오기를 찾아가 물었다. "장군께선 왜 아무런 명령도 내리지 않습니까? 부대사열은 왜 안 하는지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부대사열은 이미 했다네. 도착하던 날 입구에 서 있던 병사를 유심히 지켜봤는데 눈빛이 살아있더군. 한 명을 보면 전체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요즘 부대의 물자를 점검하고 지형을 살피고 있다네." 이 말을 듣고 장군은 깊이 머리를 숙였다. 그날 이후 오기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날 적의 침입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다. 성안은 발칵 뒤집혀 있었다. 오기가 성루에서 적들을 보니 진나라 군대가 강의 얕은 곳에서 도하중인데 규모도 작고 속도도 느렸다. 공격할 의도가 없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위나라 병사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했다. 오기는 장군들을 진정시키고 적이 공격할 의도가 없음을 부하들에게 알렸다. 그 말대로 진나라 군사들은 잠시 후 슥 되돌아갔다. 오기는 즉시 장군들을 따로 소집하여 크게 꾸짖었다. "장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장수가 불안하면 병사들은 싸울 의욕을 잃고 장수가 침착하지 못하면 상황판단을 못 하기 때문이다. 제장들은 오늘 이 두 가지 실수를 범했다. 명심하여 다음엔 이런 실수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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