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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병 편 === * 06:15 연병장에 나가보니 이번에 새로온 신병과 함께 선임들이 미리 줄을 서있다. 난 가장 뒤로 가서 줄을 선다. →일병도 이병처럼 되도록 앞에 서야 한다. * 06:30 구보할 때 구보가를 난 아직 모른다. 대충 소리 내는 척 뻐끔거리면서 뛴다. 뒤를 보니 일주일 전 온 신병이 부대가를 부른다. →일병인데도 구보가 모를 정도면 할 말이 없다. 신병 A급. * 07:00 어느새 선임들이 전부 씻으러 가있고, 난 내 세면도구를 챙겨 샤워를 하러간다. 신병녀석은 피부 관리도 안하나? 비누만 가지고 들어간지 2분만에 샤워를 마치고 경례까지 하고 나온다. 이상한 녀석이네. →신병이 이상하기 보다는 본인이 답 없는거다. * 07:20 밥을 먹고 있는 데 분대장이 일어나서 취사장 왕고와 이야기 하더니 계란후라이 하나를 가져와서 신병 츄라이에 얹어준다. 신병은 '괜찮습니다!'를 연발한다. 바보 아닌가? 주면 먹어야지. 그러다 결국 '감사히 먹겠습니다!'를 외치며 '맛있습니다!'를 연발한다. 그런데 난 왜 계란후라이를 신병 때 못 받았지? →신병의 행동이 정상이다. 호의를 베풀면 감사하다고 하는건 당연하다. 본인이 못 받은 이유는 급양병들도 고문관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08:30 근무지에 가니 행보관님이 먼저와서 똥씹은 표정으로 일일계획서를 프린트하고 있다. 맞선임이 행보관과 대판 싸우고 병장정기휴가를 전역 3개월 전에 썼다. 행보관님이 빗자루로 행정실을 청소하신다. 행보관님이 하고 계시니 난 안해도 되겠지. →행보관이 본인보다 높은데, 뺏어서 대신 청소하는게 정상이다. * 10:00 옆근무지 간부가 놀러왔다. 행보관님이 일어나 간부에게 커피를 타주려고 하시는 데 간부가 깜짝 놀라며 자기가 직접 탄다. * 11:40 배가 고프다. 행보관님에게 밥 먹으러 갔다온다고 하더니 아직 점심시간이 안 됐다고 안 된다고 하신다. 쫌생이 같은 행보관님. →본인이 일병이라는 자각이 없다. * 12:00 식당에 뛰어가서 제일먼저 밥을 받았다. 츄라이를 들고 취사장 선임에게 목례로 충성을 했더니 선임 얼굴이 찌푸려지며 나에게 밥을 퍼준다. 내가 밥을 먹던 중 갑자기 자율배식으로 바뀐다. →선임도 없는데, 먼저 뛰어가는 행동은 절대 좋게 볼 수 없다. 자율배식으로 바뀐 건 아무래도 예전에 좋아하는 반찬 엄청나게 많이 퍼가서 배식 찐빠나서 미운 털 박힌거다. * 13:30 밥 먹고 내무실에서 자다보니 늦잠을 잤다. 행정실에 가보니 행보관님이 안 계신다. 아싸, 안 걸렸다. 역시 난 행운아. →............. * 14:00 중대장님이 행정반에 찾아오셨다. 난 숨겨두었던 아라비카 커피를 중대장님에게 타드렸다. 그랬더니 중대장님이 선임이 휴가나갔는데 힘들지 않냐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역시 중대장님은 참군인이시다. →'잘해줄테니 사고만 치지 말아다오.'라는 뜻이다. * 15:00 대대에서 점호인원 보고서 다 되었냐고 물어본다. 행정반 선임이 휴가가기전에 정 안 되면 자기 동기 부르라고 했었다. 선임 동기 근무지에 전화에서 그 선임을 부른다. →정말로 급한 사정이 있는게 아닌 이상 본인보다 높은 사람을 부르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다. * 17:00 행보관님이 행정실에 안 계신다. 외투도 없고 구두도 바뀐걸로 보아 퇴근하신 듯 한다. 중대장님도 중대장실에 안 계신다. 나도 퇴근해서 내무실에서 빈둥거린다. →상급자 없어도 근무시간 지켜야 한다. 아니면 근무이탈 취급 받을 수 있다. * 17:30 오늘 메뉴를 보니까 영 아니다. PX가서 해결하기로 한다. PX에서 물건을 사고 보니까 내무실 선임 3명과 신병이 PX에서 회식을 하고 있다. 날 못 본건지 오라고 하지를 않는다. 그냥 다른 자리 앉아서 혼자 볶음 우동에 냉동, 바나나 우유를 먹는다. 신병녀석은 연신 '감사히 먹겠습니다!'를 외칠 뿐이다. →못 본게 아니다. 무시한거다. * 18:30 신병녀석이 청소시간도 아닌 데 식사를 하러간 선임들이 오기전에 내무대를 걸레로 닦고 있다. 난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해주었지만 신병녀석은 '아닙니다, 하겠습니다!'를 외치며 내무대를 반짝이게 닦는다. 난 반짝이는 내무대에 벌렁 드러누워 TV를 본다. →아직 일병이니 같이 청소해야 한다. * 20:30 청소하기가 귀찮아서 행정반 청소를 해야한다고 말한 뒤 행정반에서 TV를 켜놓고 문을 잠근다. 적당히 20분 쉬다가 내무실로 돌아가니 청소가 다 끝나있었고, 말년 병장이 신병과 함께 건빵을 먹고 있다. →이 정도면 어떻게 군대왔는지 의문이다. 강제전역 시키는게 답이다. * 21:30 점호시간에 당직사관이 오늘 행정반 전화 안 받냐고 묻는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5시 20분에 전화를 했었다고 한다. 어떻게 변명할까 하다가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다고 하니 대충 수긍하는 눈치다. →근무 불성실로 처벌 안 받은게 신기하다. 다들 거짓말인걸 알고 있지만 고문관이 난동부릴까봐 포기한 것이다. * 22:00 선임들이 막내에게 보고싶은 거 보라며 리모콘을 건네준다. 막내는 '괜찮습니다!'라고 외치며 선임들에게 '안녕히 주무십시오'라고 한 뒤 잔다. 난 막내 자리에 있는 리모콘을 잽싸게 가져와 로드 넘버 원을 틀고는 전우애가 무엇인지 만끽한다. →리모콘 잡기 전에 선임들에게 TV볼것인지 물어봐야 한다. * 00:30 갑자기 누군가 날 깨워서 일어나보니 선임이 날 깨운다. 아차, 오늘 초소 근무 서는 날이었지. 대충 군복을 입고 근무를 나간다. →본인의 근무 시간은 무조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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