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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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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춘문예 == {{천재}} {{꿀잼}} {{철학}} "학생, 앉으시오." 국갤러는 움직이지 않았다. "학생은 어느 대학을 쓰겠소?" "국민대."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담임(48, 국어)이, 윗몸을 서서 쓰는 책상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학생, 건동홍도, 마찬가지 대학 가는 길이요. 대치동과 재수생이 우글대는 수능을 쳐서 어쩌자는 겁니까." "국민대." "다시 한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런 수시 전형의 세 자리 모두를 도대체 왜 포기하려는 거요?" "국민대."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진로 진학부장(36, 중국어)이 나앉는다. "학생, 지금 이 일반고에서는, 국민대를 준비하는 학생이 거의 없소. 또한 학생은 누구보다도 먼저 수시 결과의 합불을 알게 될 것이며, 혹여 떨어져도 수능을 준비할 시간은 많아. 학생의 문과 3반 전체도 수시 전형만을 기다리고 있소. 고향의 초목도 학생의 수시 원서를 반길 거요." "국민대."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담임이, 다시 입을 연다. "학생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문과 생활에서, 이과생들의 간사한 꼬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돌대가리 문과생들은 답이 없다거나, 스카이라도 수시라면 문과 재학생들은 수1 과외도 함부로 할 수 없다거나, 어찌어찌 대학 가도 비상경은 서류 분쇄가 된다거나ㅡ 하는 선동에 유혹을 받았던 것도 모두 용서할 수 있어. 그러니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우리는 학생의 한때의 불안에서 비롯된 정시 강박증을 탓하기보다도, 학생이 아랍어와 법과 정치에 바쳤던 절륜한 실력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오……" "국민대." 세계 지리가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학생, 지금 학생이 국민대를 쉽게 생각하고 있나 본데, 정시라 해서 더 좋은 대학 붙는 줄 아시오?수시를 아예 쓰지 않겠다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발상이요. 차라리 안 될 대학이라도, 그래, 걸쳐 보기는 해야지!" 세계 지리는 이윽고 국갤러의 생기부를 뒤적거리더니, 켜켜이 쌓여 있는 3년 동안의 내신을 들여다보며 "응, 그래, 내신은 어차피 망했구만. 그래도, 그 전국의 학생들이 모이는 수능은! 여태껏 학생이 받던 3월 모의고사 점수가 나오는 곳이 아니오. 이 지방 일반고에서 학생이 날고 긴다 하여도 어떻게 특목고에 빼곡히 박혀있는 고 3들! 그리고, 노량진 고시텔과 재수 학원에 몇천만 원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몇만 명의 n수생! 정시에 특화된 서울 강남 학생들! 어떤 수로 그들을 이겨 보겠다는 말이야!" "명문벤츠쌍용." 설득하던 담임은, 증오에 찬 눈초리로 국갤러를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아주대 훌리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국갤러는 수시 원서 접수 선생들에게 간단한 ㅡ『국민대』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훗날 수능이 끝난 교무실에서 정시 원서를 넣고 있을, 언젠가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네 수능 백분위는 어떻게 되나?" "… …" "음, 잘만 한다면 인서울은 가능하겠군." 교무부장(52, 한국 지리)은, 앞에 놓인 국갤러의 수능 성적표를 뒤적이면서, "인서울이라지만 막연한 얘기요. 문과에서 대학 간판보다 좋은 메리트가 어디 있겠어요. 대학에 간 선배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대학에 가봐야 간판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학생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압니다. 문과에서 어중간한 인서울 나와봤자 먹고살기 힘들고 또한 취업이 매우 고달프다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인문계 학생은 무엇보다도 대학이 중요한 법이지요. 학생은 3년 동안의 고교 생활을 통해서 그걸 느꼈을 겁니다. 대한민국 고등학생은……" "국민대."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 담당 학생의 한 사람이, 타향 만 리 국민대에 가겠다고 나서서, 동족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곳에 문과생 45만 동포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대학 합격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자주북악." "학생은 드물게 정시로 인서울을 갈 수 있는 영재입니다. 학교는 지금 당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위기에 처한 나의 실적... 아니 학교의 진학률을 버리고 다군으로 떠나 버리렵니까?" "용두리." "우수한 학생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학생이 갈 수 없는 대학에 원서를 넣어서 아까운 기회를 버리겠습니까? 그 순간이 불안하다고 말이지요. 학생 한 사람을 잃는 건, 수능 망한 학생 열을 잃은 것보다 더 큰 학교의 손실입니다. 학생은 아직 어립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은 486이라는 의미에서,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진학사의 품으로 돌아와서, 학교 현수막에 이름을 올리는 학생이 돼주십시오. 국민대에 불합격해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만일 진학사 안정권에 대학을 투고하는 경우에는, 컬쳐랜드 문화상품권 2장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국갤러는 고개를 쳐들고, 애벌레 무늬가 끝도 없이 이어진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국민대." 교무부장은, 손에 들었던 볼펜으로, 책상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담임을 돌아볼 것이다. 담임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교무부장의 책상 위에 놓인 진학 명부에 이름을 적고 교무실을 나서자, 국갤러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울음은 멎지 않았다. 국갤러는 울음을 그치고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윽고 하늘을 표연히 쳐다보며 내뱉었다. "명문! ... 벤츠! ... 쌍용! ......" 그래 그것만이야말로 하늘일 따름이다. 국갤러는 입가에 실소를 짓는다. 국갤러는 이미 수도 없이 외쳐온 말.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말할 이 말만을 되풀이하랴 다짐하며 중얼거린다. ... "명쌍벤국." [[분류:대학교]][[분류:사립대]][[분류:인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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