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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4일 목요일 날씨:흐림== 처음 찾아간 교회에서 쫓겨났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교회에 가서 예배하면 치킨이랑 피자를 먹게 해준다고 해서 집에서 꽤 떨어진 큰 교회에 갔다. 강단 위에선 고등학생 형들이 기타 드럼 치면서 찬양노래 부르고 있었고 예배당 안의 분위기는 밝고 활기찼다. 그런데 내가 예배당 한쪽 구석에 어색하게 서있자 눈길이 조금씩 오는거였다. "안녕, 누구 친구니?" 눈이 큰 아줌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 저 혼자 왔는데요..." 그러자 아줌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근데 너 왜 교복차림이니?" 난 내가 가진 유일한 옷이 내가 입고 있는 후줄근하고 때가 묻어 새까만 교복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신앙이 장난이니? 다들 일요일마다 열심히 교회 와서 목사님 말씀듣고 헌금내고 봉사하는 사람들이야. 크리스마스 전날이라고 슬그머니 와서 자리 잡고 있는게 얼마나 치졸한 행동인지 아니? 부끄러운줄 알려무나." 난 얼굴이 화끈거려서 더이상 교회 안에 있을 수 없었다. 쓸쓸히 뒤돌아 나오는 중 교회 입구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님은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방금 나에게 면박을 준 아줌마만 별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교회에는 다시는 올일이 없을것 같았다. 알 수 없는 서러움과 수치심을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곳으로든 미친듯이 걸었다. 길도 모르고 날도 어두웠지만 두렵지 않았다. 이대로 아무도 모르는 곳까지 도달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었다. 눈물이 나왔다. 혼자 끅끅 거리며 울음을 참았다. 그렇게 한참을 걷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저기.." 깜짝놀라 옆을 보니 흰 와이셔츠를 입은 아저씨가 어색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난 잠깐 얼어있다가 재빠르게 눈물 콧물을 닦았다. "☆☆중학교는 저번주에 방학한거 아니야? 오늘도 학교에 갔다왔니?" "동아리 활동 때문에요..." 난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내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좀있으면 성탄절 축하 미사 하는데 같이 들어 갈까? 선물도 주는데..." 걷다보니 옆동네 성당 근처까지 와버린거였다. 걸어서 집까지 한시간도 넘게 걸리는데... 그렇게 어쩌다보니 오늘 처음으로 미사를 하게 됐다. 아까 그 아저씨는 신부님이라는데, 미사 시작하기 전에 날 신자로 보이는 할머니에게 데려다 주었다. 그 할머니는 나한테 별다른 말은 안했지만 미사 하는 동안 내 옆에서 미사 책을 보여주며 어떻게 해야 되는지 가르쳐 주었다. 미사는 신부님과 신자의 대사와 행동이 대본처럼 짜여져 마치 연극 같았다. 미사가 끝나고 교회 식당에서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다. 그러고는 할머니한테 인사하고 조용히 나오려고 했는데, 식당 안쪽에서 떡볶이를 먹던 신부님이 쫓아와 말을 걸었다. "아 내가 아까 미사 준비 때문에 바빠서 이름도 못물어봤구나. 너 이름이 뭐니? 내일도 성당 오고 싶으면 오면 되. 오전 11시에 성탄절 미사있어. 내일은 맛있는거 더 많이 있으니까." "그리고 이거 받아가." 신부님이 천하장사 소세지랑 귤 다섯개, 초콜릿, 떡이랑 바나나가 든 지퍼백을 줬다. 귤을 까먹으면서 돌아오는 길은 춥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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