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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심병사의 하루 == 존나 재밌는데 육군 위주다. 해군버전 공군버전 의경버전 이런것들도 좀 해줘라. {{감시}} {{갓소설}} {{죽창}} === 이병 편 === * 06:00 기상소리와 동시에 몸을 웅크린다. 밍기적 거리다가 주섬주섬 모포를 갠다. 옆에있던 분대장이 뭐라 한 마디 하려던 것 같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저번에 소원수리를 했더니 터치가 없어서 좋다. →2000년대 초반 기준 이등병은 무조건 빠르게 일어나서 자고 있는 선임 있으면 깨워야 한다. * 06:20 구보중에 부대가를 부르란다. 부대가가 뭔지도 모른다. 선임이 종이에 부대가를 써서 주었지만 어디다 뒀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아직 이등병이라서 모를수도 있지만 되도록 빨리 외워야 선임들 불편하지 않다. * 06:40 뒤에 선임들이 기다리던 말던 느긋하게 씻고, 샴푸, 린스, 트리트먼트까지 한다. →시간 없는 상황인데도 남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고 있다. * 07:20 내무실에 왔더니 선임들이 밥먹으러 가려고 날 기다린다. 취사장에서 느긋하게 먹는다. 어차피 출근시간은 08:30이다. 밥을 먹고 나왔더니 선임들이 모두 줄서있다. 대충 뒤에 껴서 걸어간다. →이병이 느긋하게 행동하면 눈초리 받는다. * 08:30 느긋하게 출근한다. 출근했더니 근무지 선임들은 근무지 청소와 일지 정리를 다 끝내놓고 기다리고 있다. 난 선임 옆자리에 앉아서 어제 읽다 만 소설책을 피고, 맥심커피 한 잔을 즐긴다. →정시보다 10분 일찍 출근하는게 좋다. 선임들이 청소 다 했으면 '죄송합니다', 또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그 말도 안하고 노는걸 보면 고문관 상태를 알 수 있다. * 10:00 옆 근무지 간부가 놀러 왔다. 선임이 일어나서 간부에게 커피를 타준다. * 11:40 점심시간이 되기 20분 전이다. 행보관님이 자리에 없어서 그냥 일어나 밥먹으러 간다. →간부가 없다고 해서 함부로 근무 이탈하면 안된다. * 12:30 근무지 선임이 나보고 어디갔었냐고 물어본다. 행정반 전화대기가 오늘 내 담당이었나 보다. 나한테 꾸중을 하시는데 다음 소원수리에 찔러야겠다. →점심시간 때도 간부나 상급부대에서 연락할 수 있으니 행정반 전화대기는 항상 있어야 한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반드시 간부나 선임에게 말하고 떠나야 한다. 본인이 못해서 소원수리 쓰는건 효과 없다. * 15:20 대대에서 점호인원보고서를 보내 달라고 한다. 선임이 아직 안 했다고 하니까 대대인행관이 나를 혼낸다. 선임이 뭔가 가르쳐주긴 한거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적당히 해서 보냈다. →점호인원체크 담당이 본인이였다는걸 까먹었다는 뜻이다. 군대에서 인원체크 잘못되면 큰일난다. * 17:30 일과시간이 끝났다. 밥 먹기가 싫어서 그냥 PX가서 냉동으로 떼우고 내무실에 들어갔다. →PX가는건 상관없지만 이병이라면 만약을 대비해 선임들에게 꼭 말하고 가야한다. 그리고 원래 결식하면 안된다. 일이병 짬찌면 더욱이. * 18:30 PX갔다가 내무실에 가보니 나보고 왜이렇게 늦었냐고 묻자 PX다녀왔다고 말했다. 순간 내무실 분위기가 싸해졌지만 걍 선임들은 한숨 쉬면서 밥먹으러 간다. 난 아무도 없는 내무실에 드러누워 TV를 본다. →말도 없이 갔다왔으니 고문관 없는 동안 선임들이 찾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혼내지 않는걸 보면 포기한 것 같다. 게다가 고문관은 죄송하다는 말도 안함. * 19:30 오늘도 싸지방을 이용하면서 페이스북에 내가 얼마나 힘들게 군생활을 했는지 쓴다. 악마같은 선임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애들이 좋아요를 연신 눌러주니 흐뭇하다. →전역하면 상관없는데 현역 때 저러면 큰일난다. SNS 보안규정 위반으로 다뤄진다. * 20:30 싸지방끝나고 돌아가보니 선임들이 청소를 하고 있다. 난 왜이렇게 배가 아픈지 분대장한테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니 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 숨을 쉬고 갔다오라고 한다. →할 일은 하고 갔다오는게 좋긴한데, 선임들 반응 보면 고문관이 저지랄한게 한 두 번이 아니였거나 진짜로 배가 아파서가 아니라 꾀병인 듯 하다. * 21:30 행정반 선임이 당직사관에게 불려갔다. 나도 같이 불려갔는데, 점호인원보고서가 틀렸다고 한다. 내 선임은 하는 일이 뭘 그리 바쁜척을 하는 지 참 무능하다. →고문관이 잘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은 인지못하고 선임 탓을 하고 있다. * 22:00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하는 날이다. 잽싸게 리모콘을 잡았는데 오늘 TV시청이 없단다. 당직실에 가서 당직사관한테 TV시청시간 달라고 건의하니 당직사관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분대장 데려오란다. 분대장한테 당직사관이 부른다고 전해주고 난 내 자리에 누워 잔다. →당직사관말 들어야 하는데, 무시하고 본인 하고 싶은거 말하다가 분대장이 대신 혼났다. 정작 고문관은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 일병 편 === * 06:15 연병장에 나가보니 이번에 새로온 신병과 함께 선임들이 미리 줄을 서있다. 난 가장 뒤로 가서 줄을 선다. →일병도 이병처럼 되도록 앞에 서야 한다. * 06:30 구보할 때 구보가를 난 아직 모른다. 대충 소리 내는 척 뻐끔거리면서 뛴다. 뒤를 보니 일주일 전 온 신병이 부대가를 부른다. →일병인데도 구보가 모를 정도면 할 말이 없다. 신병 A급. * 07:00 어느새 선임들이 전부 씻으러 가있고, 난 내 세면도구를 챙겨 샤워를 하러간다. 신병녀석은 피부 관리도 안하나? 비누만 가지고 들어간지 2분만에 샤워를 마치고 경례까지 하고 나온다. 이상한 녀석이네. →신병이 이상하기 보다는 본인이 답 없는거다. * 07:20 밥을 먹고 있는 데 분대장이 일어나서 취사장 왕고와 이야기 하더니 계란후라이 하나를 가져와서 신병 츄라이에 얹어준다. 신병은 '괜찮습니다!'를 연발한다. 바보 아닌가? 주면 먹어야지. 그러다 결국 '감사히 먹겠습니다!'를 외치며 '맛있습니다!'를 연발한다. 그런데 난 왜 계란후라이를 신병 때 못 받았지? →신병의 행동이 정상이다. 호의를 베풀면 감사하다고 하는건 당연하다. 본인이 못 받은 이유는 급양병들도 고문관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08:30 근무지에 가니 행보관님이 먼저와서 똥씹은 표정으로 일일계획서를 프린트하고 있다. 맞선임이 행보관과 대판 싸우고 병장정기휴가를 전역 3개월 전에 썼다. 행보관님이 빗자루로 행정실을 청소하신다. 행보관님이 하고 계시니 난 안해도 되겠지. →행보관이 본인보다 높은데, 뺏어서 대신 청소하는게 정상이다. * 10:00 옆근무지 간부가 놀러왔다. 행보관님이 일어나 간부에게 커피를 타주려고 하시는 데 간부가 깜짝 놀라며 자기가 직접 탄다. * 11:40 배가 고프다. 행보관님에게 밥 먹으러 갔다온다고 하더니 아직 점심시간이 안 됐다고 안 된다고 하신다. 쫌생이 같은 행보관님. →본인이 일병이라는 자각이 없다. * 12:00 식당에 뛰어가서 제일먼저 밥을 받았다. 츄라이를 들고 취사장 선임에게 목례로 충성을 했더니 선임 얼굴이 찌푸려지며 나에게 밥을 퍼준다. 내가 밥을 먹던 중 갑자기 자율배식으로 바뀐다. →선임도 없는데, 먼저 뛰어가는 행동은 절대 좋게 볼 수 없다. 자율배식으로 바뀐 건 아무래도 예전에 좋아하는 반찬 엄청나게 많이 퍼가서 배식 찐빠나서 미운 털 박힌거다. * 13:30 밥 먹고 내무실에서 자다보니 늦잠을 잤다. 행정실에 가보니 행보관님이 안 계신다. 아싸, 안 걸렸다. 역시 난 행운아. →............. * 14:00 중대장님이 행정반에 찾아오셨다. 난 숨겨두었던 아라비카 커피를 중대장님에게 타드렸다. 그랬더니 중대장님이 선임이 휴가나갔는데 힘들지 않냐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역시 중대장님은 참군인이시다. →'잘해줄테니 사고만 치지 말아다오.'라는 뜻이다. * 15:00 대대에서 점호인원 보고서 다 되었냐고 물어본다. 행정반 선임이 휴가가기전에 정 안 되면 자기 동기 부르라고 했었다. 선임 동기 근무지에 전화에서 그 선임을 부른다. →정말로 급한 사정이 있는게 아닌 이상 본인보다 높은 사람을 부르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다. * 17:00 행보관님이 행정실에 안 계신다. 외투도 없고 구두도 바뀐걸로 보아 퇴근하신 듯 한다. 중대장님도 중대장실에 안 계신다. 나도 퇴근해서 내무실에서 빈둥거린다. →상급자 없어도 근무시간 지켜야 한다. 아니면 근무이탈 취급 받을 수 있다. * 17:30 오늘 메뉴를 보니까 영 아니다. PX가서 해결하기로 한다. PX에서 물건을 사고 보니까 내무실 선임 3명과 신병이 PX에서 회식을 하고 있다. 날 못 본건지 오라고 하지를 않는다. 그냥 다른 자리 앉아서 혼자 볶음 우동에 냉동, 바나나 우유를 먹는다. 신병녀석은 연신 '감사히 먹겠습니다!'를 외칠 뿐이다. →못 본게 아니다. 무시한거다. * 18:30 신병녀석이 청소시간도 아닌 데 식사를 하러간 선임들이 오기전에 내무대를 걸레로 닦고 있다. 난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해주었지만 신병녀석은 '아닙니다, 하겠습니다!'를 외치며 내무대를 반짝이게 닦는다. 난 반짝이는 내무대에 벌렁 드러누워 TV를 본다. →아직 일병이니 같이 청소해야 한다. * 20:30 청소하기가 귀찮아서 행정반 청소를 해야한다고 말한 뒤 행정반에서 TV를 켜놓고 문을 잠근다. 적당히 20분 쉬다가 내무실로 돌아가니 청소가 다 끝나있었고, 말년 병장이 신병과 함께 건빵을 먹고 있다. →이 정도면 어떻게 군대왔는지 의문이다. 강제전역 시키는게 답이다. * 21:30 점호시간에 당직사관이 오늘 행정반 전화 안 받냐고 묻는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5시 20분에 전화를 했었다고 한다. 어떻게 변명할까 하다가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다고 하니 대충 수긍하는 눈치다. →근무 불성실로 처벌 안 받은게 신기하다. 다들 거짓말인걸 알고 있지만 고문관이 난동부릴까봐 포기한 것이다. * 22:00 선임들이 막내에게 보고싶은 거 보라며 리모콘을 건네준다. 막내는 '괜찮습니다!'라고 외치며 선임들에게 '안녕히 주무십시오'라고 한 뒤 잔다. 난 막내 자리에 있는 리모콘을 잽싸게 가져와 로드 넘버 원을 틀고는 전우애가 무엇인지 만끽한다. →리모콘 잡기 전에 선임들에게 TV볼것인지 물어봐야 한다. * 00:30 갑자기 누군가 날 깨워서 일어나보니 선임이 날 깨운다. 아차, 오늘 초소 근무 서는 날이었지. 대충 군복을 입고 근무를 나간다. →본인의 근무 시간은 무조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 상병 편 === * 06:00 대충 일어나서 점호를 나간다. 나가보니 내 맞후임이 새로들어온 막내한테 점호시 해야할 것을 알려준다. 나한테 배운 것도 없을텐데 대견해 보인다. → 그 동안 후임 관리 해본 적 없다는 뜻이다. * 06:20 저번에 당직사관한테 혼나서 부대가를 외우긴 외웠다. 그냥 대충 부르면서 뛴다. → 뒤늦게 외웠지만 이미지 올릴 기회는 이제 없다. * 07:20 말년이랑 분대장이 휴가를 나가서 부분대장인 내가 인솔해야된다. 그냥 말없이 앞장을 서서 걸어가니까 맞후임녀석이 애들을 잘 인솔해 온다. 난 후임을 잘 둔 듯 하다. → 후임을 잘 둔것이 아니다. 본인이 워낙 막장이라 스스로 배운거다. 이쯤되면 맞후임이 불쌍하다. * 08:30 행정실에 가보니 오늘 전역하는 근무지 선임이 행보관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윽고 행보관님에게 크게 경례한 근무지선임이 잠시 나를 밖으로 부르더니 '널 미워하진 않는다. 하지만 너를 위해서라도 고쳐라'라고 하더니 간다. 주위에 그 내무실 후임들이 달라붙는다. 나보고 뭘 고치라는 거지? 자기가 잘못해서 군기교육대 다녀온 거 아니던가? →'사회에서 이런 행동 하다간 큰일난다. 그러니 고쳐라'는 뜻이다. 후임들이 달라붙는것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혹은 고문관 태도가 어떤지 아주 잘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고문관 본인은 상황 파악을 못하고(or 안하고) 있다. * 10:00 다른 근무지 간부가 놀러왔다. 저 간부는 심심하면 놀러오는 듯 하다. 내가 커피를 타주려고 하니까 내가 타주는 커피는 맛이 없다며 걍 앉아서 책이나 보란다. 앉아서 책이나 본다. 군대와서 읽은 책만해도 100권 정도 되는 듯 하다. →'니가 타준 커피 먹기 싫다'는걸 돌려 말하고 있다. 타 근무지 간부가 이렇게 대접하는걸 보면 심각한 것이다. * 12:00 근무지 선임이 전역해서 그런지 행정반 대기를 할 사람이 내가 되었다. 지금까지 근무지 선임이 했으니 내가 해야되는 듯 하다. 행보관님한테 근무지 대기해야된다고 말해서 11시30분에 밥먹고 12시에 들어와서 1시간 낮잠을 잔다. 방금 전화가 온 것 같았는데? 꿈인가? →분명히 행보관이 근무지 대기해라고 했는데, 낮잠을 자는 기행을 보인다. 전화가 온 것 같은데가 아니라 전화가 실제로 왔다. * 13:30 중대장님이 오시더니 왜 전화 안받았냐고 하신다. 전화 안왔었다고 하니까 전화기에 있는 통화목록을 보여주신다. 아차, 아까 전화가 왔었구나. 중대장님이 나한테 급한 전화인데 안받아서 문제 생길뻔 했다고 화를 내신다. 내가 중대장님을 잘못 본 것 같다. 중대장님은 참군인이 아니다. →이 전화가 만약 핸디캡 상황훈련이면 진짜 큰일난다. 일병때는 참군인이라고 말하더니 본인에게 상황이 불리해지니까 카멜레온처럼 바로 태세전환을 했다. * 15:00 중대장실로 불려간 행보관님이 오더니 나한테 화를 내신다. 나는 대충 예, 예하면서 답한다. 그러더니 행보관님은 다 혼내셨는지 의자에 털썩 앉고는 담배만 피신다. →아무리 혼내도 소용없으니 그냥 포기한 것이다. * 17:30 저녁을 먹어야하는데 오늘 메뉴가 별로다. 그냥 맞후임한테 식당 다녀오라고 하고 난 PX에 가서 냉동을 먹는다. * 19:00 내무실에 와보니 복귀한 말년병장이 피자와 치킨을 잔뜩 사와서 회식중이었다. 난 배가 불러서 손도 못대고 그냥 자리에 누웠다. →누구도 친한 사람 없는 고문관이라 말차회식 이야기를 전파한 선후임이 없다. * 20:00 사지방에서 글을 올리는 것도 요새는 재미가 없다. 친구들도 다 군대를 가서 그런가 페이스북에 답장을 해주는 녀석도 없다. 몇몇 남은 녀석들도 있지만 시험때문에 페이스북 볼 여력이 없단다. →상병이라도 아직 군인 신분이다. SNS를 함부로 하는건 자제해야 한다. * 20:30 행정반 청소는 해야하는데 귀찮다. 그냥 이번에 들어온 신병 중 하나 데리고 간다니까 맞후임녀석이 알았다고 한다. 신병녀석한테 행정반 청소 시키고 난 이번 휴가때 가져온 CDP로 음악을 듣는다. 신병녀석이 날 계속 흘끔흘끔 보는 것 같다. →간부들이 있는 곳에서 일 대충하면 안된다. 신병이 저렇게 하는 것은 신병도 이 사람이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다. * 21:30 말년병장이 복귀해서 내가 점호인원보고를 안해도 된다. 앞자리에 앉은 다른 선임들이 똥씹은 표정으로 말년병장을 바라본다. 말년병장은 '괜찮다'라는 말을 한다. 뭐가 괜찮다는 거지? →전역 1주일미만 정도 남은 말년병장은 그냥 이름만 병장이고 점호인원보고 같은 귀찮은일 안시킨다. 부분대장이 눈치껏 본인이 알아서 해야 맞음. * 22:00 말년병장이 복귀한 날이고 내일이 전역이라서 당직사관이 TV를 틀어준다. 아싸, 오늘도 드라마 볼 수 있다. 난 리모컨을 잡아서 TV를 틀었다. 그런데 말년병장이랑 선임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 자기들끼리 모여앉아 회식을 한다. 다른 후임들은 다 부르는 데 나는 부르지 않는다. →선후임 상관없이 모든 중대원들에게 심각한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 03:00 누군가가 나를 깨우고는 내무실 불이 켜진다. 누군지 보니까 당직사관이다. 왜 불침번근무 안서냐고 물었다. 아차, 오늘 내가 불침번 근무인데 까먹고 있었다. 부랴부랴 옷 입고 불침번 근무를 선다. 오늘 전역하는 말년병장이 '야, 그냥 자자'하니까 선임들이 뭔가 말하려다 그냥 잔다. →상병이나 되가지고 근무 서는 것도 잊어버린 것이다. 원래는 크게 혼내려 했지만 당일 전역이라 괜히 건드렸다가 휘말릴것 같아서 그냥 무시한 것이다. === 병장 편 === * 06:00 분대장이 된 맞후임한테 오늘 나 점호 빼라고 했다. 맞후임은 낮게 한 숨을 쉬더니 알았다고 하고는 애들을 데리고 나간다. 병장을 갓 달았지만 어느새 내무실 왕고가 되었다. 왕고가 되니 역시 편하다. 점호는 제끼면 된다. →병장이라도 점호를 빼면 안된다. 애초에 점호는 입대 부터 전역까지 참여하는 거다. 물론 재수 없으면 점호 이후에 사이좋게 뜀걸음을 하는 대참사가 생길 수 있지만...... * 06:20 갑자기 당직사관이 들어온다. 날보고 무엇때문에 점호를 빠지냐고 묻길래 아파서 그렇다고 하니 체온계를 나한테 대보더니 열도 없는 데 뭐가 아프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대충 아픈 연기를 하니까 당직사관은 '하!'소리를 하더니 그냥 나가버린다. 아픈사람을 왜 건드리는지 모르겠다. →아프지도 않은데, 점호 나오기 싫어서 꾀병 부리고 있다. 당직사관도 할 말을 잃은거다. 앞에서는 연기했다면서 뒤에는 아프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건 무슨 모순이냐? * 06:40 대충 씻으러 갔다가 돌아오니 이제막 점호를 끝낸 애들이 씻으러 간다. 내무실에 왔는데 애들이 경례를 안한다. →고참 취급을 못 받고 있다. 이병부터 상병까지 군생활 ㅈ같이 한 것에 대한 인과응보다. * 07:20 오늘 메뉴가 별로라서 내무실에서 뽀글이로 끼니를 떼운다. 분대장 후임이 애들을 데리고 밥을 먹으러간다. 저녀석도 두달 뒤면 병장이구나. * 08:30 행정반에 가니 행보관님이 나한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청소를 하는거냐고. 생각해보니 요새 이주일동안 행정반 청소를 한 적이 없다. 대충 죄송하다고 하고 걸레를 집어서 슬근슬근 청소를 시작한다. 아, 그런데 병장터치를 하네. →병장이라도 근무태만을 대놓고 간부들에게 보여주면 안된다. 그리고 행보관 보다 아래다. * 10:00 오늘 옆 근무지간부가 왔다. 전출을 가게 되어서 인사를 왔다는 것이다. 알고봤더니 우리 행보관이 그 간부 고등학교 선배였던 것 같다. 커피를 타서 가지고 가다가 간부 정복에 커피를 엎질렀다. 앗, 뜨거워!! →이쯤되면 전설이다. * 10:30 행보관이 나한테 꾸지람을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안 든단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나 아니면 이 행정반이 돌아갈리가 없으니 말이다. →제대로 할줄 아는게 없고 맨날 민폐만 끼치니 행보관이 마침내 폭발한거다. 본인이 오히려 행정반을 망치고 있는데, 반대로 인식하고 있다. * 12:00 밥먹으러 간다. 상꺽되고 나서 전화대기 그냥 없애 버렸다. 간부들도 그러려니 하더라. PX에 갔더니 이번에 관심병사가 된 녀석이 PX를 보고 있다. 생긴 것부터가 참 병신같은 녀석이다. →간부들이 고문관을 내 놓은 사람 취급하고 포기했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모른다더니.... * 14:00 대대인사계에서 오늘 신병이 왔단다. 데리러 가야겠다. * 14:30 우와, 친구가 우리 중대로 들어왔다. 이녀석 훈련소에서 뭘 했길래 나한테까지 존대말을 한다. 내가 너 군생활 쫙폈다고, 내가 내무실 왕고라고 하니까 이녀석이 나를 하느님 보듯이 한다. 괜히 가슴이 펴진다. →말이 내무실 왕고지. 실상은 기수열외 취급 받는 중인데, 이 사실을 친구가 알면 어떻게 보일지 답이 나온다. * 15:30 행보관님한테 신병이 왔다고 보고하고, 친구를 내무실에서 쉬게 했다. 누워있어도 된다고 했는데 친구녀석이 극구 괜찮다고 한다. 쉬래도 못 쉬는 게 참 불쌍해 보인다. →신병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지를 않고 쉬어라고 말하고 있다. 고문관 말대로 행동하면 신병도 선임들에게 100% 낙인 찍힌다. * 17:00 퇴근하자마자 친구 데리고 PX에 갔다. 친구녀석은 아직 긴장이 안풀리는지 나한테 꼬박꼬박 존대말을 쓴다. 억지로 말을 놓게 할 수도 없어서 그냥 냅두고 먹을거나 많이 사줬다. →신병 행동을 보면 사회에서 그냥 안면있고 별로 친한 사이는 아닌 것 같다. 보통 친한 사이면 둘 있을때는 말 놓는 편이다. * 18:00 내무실에 가니 분대장 후임이 나보고 누구냐고 묻는다. 이번에 새로들어온 신병이라고 말했다. 분대장 후임이 '웬일로 신병에게 관심이 있습니까'라고 물어보길래 '친구'라고 대답하자 분대장 후임의 표정이 묘하게 바뀐다. →분대장은 '이딴 새끼한테도 친구가 있나'+'어쩐지 열심히 잘해주더라. 보통때는 관심도 없더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 20:30 친구녀석을 데리고 행정반에 가려고 하니 분대장 후임이 나를 부른다. 왜냐고 물으니 신병 데리고 가지 말란다. 기가차서 내가 신병도 마음대로 못하냐고 하니까 '선임다운 일 못하면 대접해줄 때 잘하란다.'어이가 없어서 분대장 후임의 멱살을 잡으니 분대장 후임도 내 멱살을 잡는다. 신병까지 병신 만드는 꼴은 못 보겠단다. 내 주먹이 분대장 후임의 얼굴로 날아갔다. →분대장이 지금까지 고문관의 태도에 참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분대장을 주먹으로 때렸으니 폭행죄로 처벌받는 것은 확정이다. * 21:00 당직실에서 진술서를 쓴다. 중대장하고 행보관도 왔다. * 22:00 내무실에서 후임녀석들이 쓴 진술서까지 모으더니 행보관이 내 앞에 내민다. 행보관이 모든 내용이 나를 신고하는 내용이라며 나에게 꾸중을 한다. →권선징악, 인과응보, 자업자득 * 23:00 영내근무자를 소집해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나한테 영창 14박15일이라는 벌목이 나왔다. 왜 나만 영창을 가야하는 거지? 먼저 하극상을 벌인 건 후임인데? →계급은 본인보다 낮지만 분대장이기 때문에 폭행을 가하면 명백한 하극상 취급을 받는다. 애초에 분대장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먼저 멱살 잡고 주먹 날렸으니 할 말이 없다. * 24:00 내가 항의하자 중대장과 행보관은 중대원들이 쓴 탄원서를 보여준다. 맞후임은 영창을 가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1인당 A4용지 하나급으로 써있었다. →맞후임은 고문관과는 반대로 군생활을 아주 잘해서 선임 대접을 제대로 받고 있다. * 02:00 내무실로 들어가서 내무실 불을켰다. 어이가 없어서 한 소리를 해야할 것만 같았다. 분대장 후임이 '영창 두 번 가고 싶지 않으면 불 끄십쇼'라고 말을 한다.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이 불을 껐다. 잠이 안온다. →어이가 없는 상황은 본인이 아니라 분대장 후임이다. 때리것은 고문관이 먼저 했는데, 상대에게 화를 내고 있다. 후임들은 그 전까지 말 없이 쌓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 전역 편 === * 17:00 복귀하기 전 치킨집과 피자집에 들러 치킨과 피자를 잔뜩 샀다. 그래도 전역하기 전날인데 애들 먹을거나 먹여야겠다. * 19:00 먹을 것을 들고 게이트를 통과하려고 하니 헌병애들이 안 된단다. 전역 날이라서 가져온 거라고 봐달라고 하니 그래도 안 된단다. 선임들은 도대체 어떻게 통과한거지? 실랑이를 하던 중 나를 챙겨주던 간부 한 분이 게이트 하사에게 부탁하여 통과할 수 있었다. 간부에게 크게 경례하고는 내무실로 들어섰다. →안 된다고 말한 이유는 근무서느라 힘드니 우리에게도 나눠달라는 뜻이다. 애초에 그걸 알아차릴 눈치도 없다. * 20:00 내무실에 들어서서 애들한테 치킨이랑 피자를 먹으라고 하니 애들 반응이 시큰둥하다. 아까 밥 먹어서 배가 안 고프단다. 그래도 성의가 있는데 먹으라고 하니까 못 먹겠단다. 따뜻했던 피자와 치킨이 내무실 한 구석에서 식어간다. →믿을 수 없다. 정상적인 군인이라면 피자는 몰라도 치킨은 절대로 거부할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군 생활을 했길래 말차회식을 거절한걸까? * 21:00 분대장 후임이 내무실에 음식물 있는 거 걸리면 안 되니까 치킨이랑 피자 버려야 된다고 한다. 너무 아까워서 내가 먹겠다고 하니 지금 빨리 먹으란다. 식은 치킨과 피자를 꾸역꾸역 먹으려니 괜시리 서럽다. 내모습을 바라보던 분대장 후임이 후임들한테 빨리 먹어치우라고 말하니 애들이 마지못해서 치킨과 피자를 먹어치운다. 점호시간전에 그래도 치킨과 피자는 다 먹었다. →분대장 후임이 불쌍하게 여겨서 후임들에게 음식물 처리를 도와달라고 한 것 같다. 아니라면 수정 바람. →뒷내용 보면 불쌍하게 여겼다고 해석할수 있따 * 21:30 점호시간에 당직사관이 인원보고를 받더니 날 흘끔보더니 그냥 나간다. 원래 말년자들한테는 말 한 마디쯤은 해주던 사람이었는데 나를 못 본 걸까? →당직사관은 '가든 말든 상관 안할 테니까, 조용히 내 눈 앞에서 사라져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안 좋은 감정이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 22:00 나는 전역자들이 항상 당하는 행사인 모포말이를 대비해서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그러나 내무반이 조용하다. 코를 고는 후임들까지 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는데도 후임들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 괜히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모포를 들춘다. 분대장 후임이다. 나보고 나오란다. →쌓인게 많았을 텐데, 전역빵을 안하는걸 보면 때릴 가치도 없는 고문관으로 취급받고 있다. 보통 좋든 싫든 전역빵을 날린다. 싫을수록 강도 높아지지만. * 22:40 분대장 후임이 당직사관에게 허락을 받고 잠시 생활관 밖으로 나왔다. 내가 오폐수처리병으로 바뀌고 나서 행정병이 되었던 내 친구도 같이 나왔다. 어느새 일병이다. 밖에서 담배를 피면서 분대장 후임이 나보고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란다. 지금 여기서 섭섭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회나가서 군대에서 했던 실수 두번 다시 하지 말란다. 괜히 눈물이 난다. 난 분대장 후임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겹쳐졌다. 뒤에서 친구녀석이 내 등을 토닥여 준다. →오폐수처리병은 고문관이 영창 다녀온 후 바뀐 보직이다. 쌍욕하지 않고 침착하게 조언을 하고 있다. 분대장이 대인배라는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고문관 상태를 친구가 직접적으로 봤으니 사회에 나가서 친구가 사실을 지인들에게 말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 08:30 중대장한테 전역신고를 하고 행보관한테 가겠다고하니 알겠다는 말 뿐이다. 게이트를 향했지만 게이트에 날 기다리는 후임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침에도 후임들은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렇게 전역증을 보여주고 게이트를 지나갈 때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얌마', 뒤를 돌아보니 분대장 후임이다. '전역 축하한다.' 그 한 마디를 들으니 내 속에서 눈물이 뿜어져 나오려고 한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게이트를 지났다. 그렇게 내 군생활은 끝났다. →중대장, 행보관에게도 골칫거리로 평가받았다. 기수열외로 인해 축하를 받지 못했다. 그나마 분대장이 축하해 줌으로써 해피엔딩으로 군생활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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