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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상은 저 멀리 == 이극이 죽은 이후로 재상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를 계속 비워놓을 수는 없었기에 가까운 시일 내로 뽑아야 했다. 고향을 떠나는 날 어머니께 맹세한 오기인 지라 재상에 대한 집착도 엄청났다. 또한 나라를 위해 노력한 공로나 서열로 보아도 자신이 재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기는 적극적으로 재상이 되어보려고 수도로 들어갔다. 그러나 도착하고 보니 전문(田文)이 이미 재상이 된 뒤였다. 재상은 모든 중신들과 회의해서 뽑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중신회의에서 상석(上席)인 자신도 모르게 재상이 날치기로 임명된 것이었다. 몇몇 신하들을 탐문해 보니 이 사건은 무후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었다. 오기는 화가 나서 무작정 전문의 집에 쳐들어갔다.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전문은 예의를 다해서 오기를 맞아주었다. 오기는 격식이고 뭐고 없이 다짜고짜 전문에게 따졌다. "그대가 뉴 재상이라고 하는데 과연 나보다 뭐가 나은지 따져 보려고 왔소." 전문은 차분하게 말했다."앉아서 천천히 말씀하시지요. 경청하겠습니다." "삼군을 통솔하고 죽기를 각오하며 나라에 공을 세운 면에서 내가 그대보다 못한가?" "제가 장군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 "백관을 통솔하고 만민을 다스리며 국고를 가득하게 한 면에선 어떤가?" "장군이 월등하지요." "진(秦)나라를 줘패고 한(韓)나라와 조(趙)나라를 빵셔틀로 만든 것은 어떻소?" "그것도 장군의 공이지요." "그렇다면 이 세가지 모두 내가 월등한데 어째서 그대가 나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가?" "장군의 심정은 잘 압니다. 그러나 지금은 차라리 제가 재상인 것이 낫습니다. 그 까닭은 주군이 회의를 열지 않은 데에서 찾아보십시오. 장군께선 자중하시며 훗날을 기약하시기 바랍니다." 오기가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서하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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