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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의 일기와 함께 보는 험난한 작업기= ==2015년== ===4월 4일=== 앨범에 들어갈 곡의 순서를 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홉곡. ''' 여기에 한곡에서 세곡 정도를 추가할 작정이다. 앨범 타이틀에 관해서는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1.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몸을 움직여 2.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3. 그냥 영문으로 쉐쿄바리 무뵤바리 4. 그것도 아니면 아싸리 줄여서 '몸과 마음' 5. 그것도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타이틀을 짓는 것. ===6월 13일=== 슈팅스타, 태양없이 류의 곡은 나오는 족족 무조건 버린다. 조금이라도 5집과 비슷한 스타일의 곡도 무조건 버린다. 잘 만드는것보다 다른걸 만드는게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게 잘 만드는거기 때문에. ===6월 26일=== 더이상의 작업에 한계를 느끼고 사람들을 소집했다. 앨범 작업의 일시적 중단, 혹은 아예 완성을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였으나 아홉시간이 넘는 논의끝에 결국 다시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6집 이후에 내자던 비정규 앨범 - 일종의 베스트 혹은 다시부르기 앨범을 지금 당겨서 내고 그것으로 모든 작업을 마무리 하거나 아니면 열곡을 채우기가 너무 어려우니 미니앨범이나 싱글을 내자는 의견 모두 내키지 않아 결국 다시 하던대로 작업을 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우리의 능력이 달라진건 없으므로 여전히 마음은 무겁다. 만약 이 앨범이 언젠가 완성된다면 그건 정말이지 100%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7월 10일=== 컴퓨터와 시디상에서만 존재하던 곡들을 처음으로 합주실에서 실연 해 보았다. '경복궁(가제)'이란 곡을 (지금으로썬 앨범의 1번곡이 될 확률이 높은) 하는데 싸비부분에서 곡이 터지는 순간에 능룡이의 표정으로 보아 아마 녀석도 나랑 비슷한 것을 느낀것 같다. 야, 이 노래가 진짜 곡이었구나, 이 곡이 라이브가 될 수 있네?, 뭐 이런. 그동안 가상으로만 존재하던것 같은게 비로소 실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을 겪으면서 뭐랄까 감동까진 좀 그렇고 안도? 약간의 놀라움? 모르겠다. 분명 난 작지만 짜릿한 솔직히 말하면 뭉클하기까지 한 뭔가를 느꼈다. 우리 곡 만듦새의 진행 속도가 너무나 더디다보니 과연 이게 곡은 곡인건지 이걸 라이브로 할 수는 있을런지조차 의심이 되었던 것이다. ===7월 11일=== 어느 첼리스트의 인터뷰를 보다가 '작곡자는 창조를 하지만 연주자는 재창조를 한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 그 말인 즉, 더이상 작곡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창작자의 대열에서 완전히 이탈한 것은 아니며 앞으로 우리가 가질 여러 무대와 그 각각의 셋리스트와 또 매번 달리할 편곡의 과정들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뜻이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물론, 그 모든 적어도 지금보다는 수월하고 행복할 과정들은 새 앨범을 내야만 허락되는 시간들일테지만. ===7월 15일=== 새앨범이 나올때까지 홈페이지를 닫았으면 좋겠는데 모두가 반대해서 못 닫고 있다. 왜 닫으면 안되냐니까 유일하게 팬들과 소통하는 공간인데 그거라도 없으면 어떡하냔다. 팬과의 소통이라... 팬과 음악으로 소통해야지 홈페이지로 소통을 해야하는 이 신세는. ===8월 19일=== 다시 몇곡을 엎었다. 완벽하게 맘에 드는 상태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걸 알면서도 미련을 떨고 있는거다. 내 한계는 진작에 인정했지만 다만 노력과 시간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8월 20일=== 2010년도에, 유통사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아 제작에 들어간지 육년이다. 그때 우린 1년안에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계약을 했는데, 5집이 너무 힘들었기때문에 6집은 정말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만들어서 툭하고 내놓을거라고, 그러면 오히려 신선한게 나올지도 모른다고 시작 한 것이 이 지경이 되고 말았다. 나는 우리가 한장의 앨범을 만드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이고 있는 것에 대해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갖기 이전에 부끄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육년이 아니라 십년을 들여서라도 그 들인 시간 만큼의 보람과 가치가 있는 결과물을 낼 수만 있다면 응당 그렇게 하겠지만 지금 우리는 그런게 아니라 이미 아무리 더 해도 안된다는걸 스스로가 아는 상황에서, 지금의 우리는 이것밖엔 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났음에도 단지 그걸 인정하지 못해서 미련을 보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우린 여기까지, 라고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두려운걸까. ===10월 29일=== 이번달에 예정되었던 녹음을 두차례 연기끝에 비록 기어이 달은 넘겼지만 이번주 일요일부터 녹음에 들어간다. 녹음이 코앞이다보니 바쁘고 부담이되서 시간 시간이 버거운데 나는 반은 마음만 바쁜거고 작업을 죄다 떠맡다시피한 능룡이는 과중한 일 스트레스로 오늘은 그만 작업중에 속이 얹히고 말았다. 나 때문에 저녁도 못 먹은채 일을 하고 있다는걸 깜빡하고 새벽이 된 끝이었다. 이틀전에 알게된 사실인데 내 이번책 담당 편집자는 처음에 나랑 밥을 먹을때마다 체했다고 한다.. 물론 나때문이지. 이 두사람처럼 나와 짝이 되어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당연히 이석원으로부터의 영원한 휴가일 것이다. ===12월 8일=== 이번에 노래 녹음을 마치고 홀가분한 기분에 혼자 일종의 뒷풀이를 하러 광화문엘 갔다가 광장에서 본 한장의 사진이 가사를 다시 쓰게하고 새 멜로디를 만들게 했다. 아마 이 징글징글한 나라는 적어도 내 살아생전엔 아무것도 바뀌지 않겠지. ==2017년== ===3월 21일=== 화염방사기로 지금까지 녹음한 거 다 불태워 버리고 음악계를 떠났으면 좋겠다. ===3월 23일=== 재작년 겨울이었다. 싱글 혼자추는 춤의 보컬 녹음을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에 광화문을 찾았다가 이젠 더이상 몸을 보호할 필요가 없어 12월 그 추운 칼바람을 뚫고 광화문 광장엘 나갔다. 바람을 쐬러. 이제 살았다는 해방감을 느끼려. 그리고 그 사진을 보았다. 배에 오르기 직전 단원고 어떤 반의 아이들이 함께 모여 찍은 단체 사진이었다. 아이들은 잠시 후 자신들에게 닥칠 참혹한 운명은 꿈에도 예감하지 못한 채 더없이 환하게 웃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설명할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멍하니 서 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광화문 사거리를 무심히 지나는 수많은 차와 사람들.. 도대체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일은 왜 이렇게 외로운 걸까... . 다음날 이미 녹음이 완성된 곡 엔딩부의 멜로디를 다시 쓰고 가사도 이렇게 고쳐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외로움에 지쳐 있다 누구도 누굴 이해하지 않는 곳에서 .. " 그리고 거기에 능룡이가 길고 긴 기타 솔로를 다시 해 넣으며 우리는 엔딩부 전체를 다시 만졌다. 마치 검고 큰 조기가 새찬 바람에 깃발처럼 펄럭이는듯한 .. 그렇게 그저 이땅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노래는 종반부에 이르러서는 조곡이 되었다. 앉아서 우는 것으로 추모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식대로, 그러나 그 끝은 무겁고 장중하길 바랬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세월호가 삼년만에 다시 떠올랐다는 뉴스를 보았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혼자추는 춤의 믹싱을 하는 날. 모든 트랙이 저마다 자기 자리를 가진 채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웃고 울고 노래하며 자기 소리를 뽐냈으면 좋겠다 고 오더를 보냈다.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사람들은 곧잘 혼자가 되기에 살아 있다는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너무 자주 까 먹는다.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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