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편집하기 (부분)

== 선거는 차악을 뽑는 싸움인가? ==
흔히 인터넷에 도는 말 중에 선거는 최악과 차악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이라고들 한다. 과연 정말로 선거는 차악을 뽑아야 하는 것이며 너 또는 다른 사람들이 최악을 뽑아서, 즉 투표를 잘못해서 나라가 개판이 된 것일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 정신 차려라. 정치꾼들이 개판이고 나라가 개판인 이유는 너가 투표를 잘못한 게 아니라 너가 여론을 잘못 조성한 거다. 그리고 너가 그런 여론을 형성하도록 국가가 교육을 잘못 해서이기도 하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예를 들어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또 개지랄을 떨었다고 치자. 너를 비롯한 전국민들은 평소에 역사교육을 '일본은 무조건 개새끼 한국은 무조건 착함' 같은 국뽕식 교육으로 받아왔고, 댓글로 '역시 일본 새끼들은 몰락 작전으로 침몰시켜야 정신차린다' 같은 댓글을 단다. 그리고 '나는 일본의 만행에 맞서 정정당당하게 비판을 했다능~'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형성된 여론은 정치꾼의 표팔이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먹잇감이 된다. 당장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치꾼들은 '어? 반일여론이 이렇게 많네? 내가 반일팔이 좀 해서 표좀 끌어봐???' 라는 각을 보게 된다. 그렇게 대선에서 두 후보 모두 반일 정책을 펼치게 되고, 너가 누구를 뽑아도 외교 정책은 반일이 된다.

우리나라가 2019년에 무리하게 여론만 보고 지소미아 연장 중단 드립을 쳤다가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끼쳤던 것처럼 맹목적인 반일 정책은 결국 국익에 해가 되고, 대외관계 파탄으로 경제적 손해를 보고 그 책임은 그대로 국민, 바로 너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그 정부는 여전히 여론에 휘둘려서 반일 교육을 하고, 그 반일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아이들은 반일여론을 형성시켜 다시금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비단 일본뿐만이 아니라 중국 미국 러시아 서양 등등에 대해서도 맹목적인 사대나 혐오만 보였다가 국익에 큰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꽤 많다. 그러면서 국민인 너는 '난 아무런 책임이 없고 정치꾼 새끼들이 나라를 개판으로 다스려서 그런거라능~'이라며 정신승리한다.

그 정치꾼이 나라를 개판으로 다스린 이유는 너가 조장한 여론 때문이다. 너는 누구를 뽑았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투표를 잘못해서 정치가 개판인 것이다'라는 주장이 정설인 것처럼 퍼져있는 이유는 정치꾼들의 선동에 놀아난 정치병자들이 상대 정치세력에 대한 네거티브를 자꾸 시전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대 후보를 뽑는 건 잘못된 투표, 자기 후보를 뽑는 건 올바른 혹은 차악을 뽑는 투표라고 한다.  이는 중립충들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어서, 둘 다 악이니까 나는 다른 후보를 뽑아야지! 하는데 달라지는 건 없다.

투표가 민주주의에 있어서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기는 하지만, 투표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망상은 하면 안 된다. 오늘 아침 너가 모닝똥을 싸고 나서 싸지른 댓글이 훨씬 파급력이 클 수 있다.

그래서 공약만 보고 덜 나쁜 놈을 뽑아야지! 이런 생각보다는 그냥 당장 너의 위치를 살펴보고 너를 위해 도움이 되는 후보를 뽑는 게 낫다. 정치꾼들이 여론에 호도되어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는 해도 세부 공약들은 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쓸데없이 정치 이념이나 사상에 빠지지 말고 너한테 이익이 되는 후보를 뽑아라. 다만 여론을 조성할 때 군중심리에 휘둘리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